이달 3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초등학생 키 정도의 한 남성이 침입해 칼로 위협하고 돈을 훔쳐 달아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들은 의아해했다. 건물 2층에 사는 신고자의 진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열린 현관문을 통해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다. 문제는 건물 1층의 가정집 역시 절도 피해를 입었지만 2층 집과는 달리 현관문이 굳게 잠겨 있었던 것. 오직 화장실 외벽에 설치된 가로 60㎝, 세로25㎝ 크기의 창문만이 열려 있었다.
이 건물 인근 CCTV 기록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경찰은 저신장의 동종 범죄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하던 중 9일 인천에서 용의자 박모(32)씨를 검거했다.
신장이 140㎝에 불과한 왜소증을 앓고 있던 박씨는 7년 전 한 가정집에 들어가 흉기로 주인을 위협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강도)로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 3월 출소한 상태였다. 그는 홀아버지 품에서 자랐지만 중학교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외톨이로 남았다. 그가 생계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절도였다. 16세 때 처음 절도 행각을 벌인 박씨는 모두 14년 간 수감생활을 했다. 한때 그는 새 출발을 위해 수감생활 중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작은 키가 발목을 잡았다. 키 때문에 조리대에서 요리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그는 또 어두운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가정집에 침입해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고 흉기로 피해자를 위협한 혐의(특수강도)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출소 후 지인이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을 하려던 찰나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박씨는 '이번 형을 살고 나오면 내 처지에 맞는 일자리를 구해 바르게 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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