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행사가 잔금 납부를 거부하는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수분양자)에 대해 해약과 함께 총분양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물린데 대해 법원이 3분의1을 감액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파트단지에서의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강동명 부장판사)는 23일 아파트 시행사가 이모(53)씨를 상대로 낸 분양대금반환청구 등의 소송 선고공판에서 "분양대금 총액의 10%인 5,878만원의 위약금은 과다하므로 3,700만원으로 감액한다"며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약금이 총 분양대금의 10%로 계약금(총분양대금의 5%)에 비해 과다하고, 수분양자 귀책 사유에 따른 위약금만 규정하고 있는 점, 해약으로 시행사의 손해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위약금 10%는 과다하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아파트 시행사나 건설사가 아닌 수분양자의 귀책사유에 따른 해약임에도 위약금 일부를 감액토록 한 판결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씨는 2006년 대구 수성구 A아파트를 5억8,700여만원에 분양 받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난을 겪으며 잔금마련이 어렵자 준공일(2009년1월) 이후에도 잔금 납입을 거부하며 해약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2010년 11월 해약을 통보하고 총분양대금의 10%인 위약금과 대신 납부한 중도금 대출이자 등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병진 변호사는 "민법상 위약금이 과다하면 법원에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실제 감액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위약금이 전체 금액의 20∼30%로 과다한 경우로, 분양계약상 10% 규정을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며 "시행사가 해약 후 10% 가량 할인 분양했기 때문에 실제 손해가 크지 않고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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