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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명법 스님 성공회대서 채플 수업/ "다른 것 향한 열린 마음 자체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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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명법 스님 성공회대서 채플 수업/ "다른 것 향한 열린 마음 자체가 용기"

입력
2012.05.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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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스님이 대학 채플을 맡았다. 23일 서울 오류동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 채플 수업을 기다리던 200여명의 학생들 앞으로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회색 장삼 차림의 여승이 등장했다. 뒤로는 동양의 연꽃을 본 따 만들었다는 커다란 십자가, 옆으로는 성공회 전례(미사) 용어인 '충계', '봉헌', '영성체'라는 글귀가 또렷하게 보였다.

조계종 세계선센터 소속의 명법 스님이 강사였다. '이웃종교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한 그는 "여기에 앉아 있는 게 나인가요? 스마트폰 속에 있는 내가 진짜 나인가요?"라며 학생들을 향해 선문답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수업 전부터 자신들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상당수 학생들이 뜻밖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비구니 스님의 모습에 놀라는 학생들도 여럿 됐다.

명법 스님은 "나라는 존재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될 때 여러분이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 중간엔 명상법을 소개해 주겠다며 학생들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어깨와 허리를 펴고, 편안한 자세로 손을 둥글게 모아 무릎 위로 올려보세요. 그 다음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아랫배에 집중합니다." 그의 말을 따라 학생들의 아랫배가 부풀었다 꺼지길 반복했다. "배에서 머리 위로 다시 어깨로, 모든 근육의 느낌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졸림이 오면 졸림을 느끼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소리를 느끼세요. 없애려 하지 말고 그것을 지켜보는 겁니다." 학생들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편안해졌다.

짧은 명상이 끝난 뒤 명법 스님은 자신이 20대 때 겼었던 어려움을 설명하는 식으로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명상을 통해 경험했겠지만 어떤 느낌도 영원하지 않다"며 "변화의 시작을 지금의 자기 마음에 둔다면 여러분뿐 아니라 사회도 바꿔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기독교에도 명상이 있듯, 종교는 같은 '선의'를 갖고 있다. 다른 것을 향해 열어둔다는 것 자체가 용기이고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말로 강의를 끝냈다.

중어중국학과 1학년 김화인(20)씨는 "채플 시간에 불교식 명상을 경험할줄 몰랐는데 정말 유익했다"며 "종교 하면 전도를 떠올렸으나 다양한 종교가 공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과학부 2학년 이근요(21)씨는 "불교식 명상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의 힘을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성공회교 성당 제단에 다른 종교인이 선 게 처음은 아니다. 원불교 교목, 가톨릭 신부뿐 아니라 이슬람교 이맘(성직자), 민속종교(무속신앙) 학자도 성공회대 채플 수업을 했었다. 성공회대 교목실 조정기 신부는 "평화와 사랑을 얘기하는 종교가 갈등과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접하면서 편견을 깨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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