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됐던 브라질 출신 에닝요(31ㆍ전북)의 특별 귀화와 축구 국가대표팀 선발은 없던 일이 됐다. 누구보다 입맛이 쓴 사람은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최 감독은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에닝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특별 귀화를 추진했지만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무산됐다.
최 감독은 23일 파주 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취재진을 만나 '에닝요 귀화 추진 무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미 끝난 일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확대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떨치지 못한 듯 했다.
최 감독은 "통역을 통해 에닝요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왜곡된 부분이 많다. 에닝요의 진심과 귀화 추진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생각 외로 큰 논란이 됐다. 내가 에닝요 귀화에 목숨 건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이런 부분들이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에닝요 귀화 추진과 관련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한체육회의 첫 번째 심사에서 통과되지 않았을 때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무산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었다.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도 그렇지만 내가 에닝요의 귀화에만 매달려서 다른 선수들을 등한시하는 것으로 보이면 안된다. 선수들이 다 모이면 그간의 과정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내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귀화 선수의 대표팀 선발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
그는 "뭐든지 처음 하는 일은 다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순혈주의' 등 기존의 사고 방식이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도자, 선수, 팬들이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클럽에서는 모르겠지만 대표팀 선발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주=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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