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자에게 성충동 억제 약물을 투여하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가 처음 실시된다. 아동 강제추행 혐의로 형을 마치고 출소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여자어린이를 상대로 강제추행을 하는 등 성폭력 전과 4범인 이 남자는 정신감정 결과 소아성기호증으로 진단됐다. 일종의 성도착증 환자인 셈이다. 그는 석 달마다 약물 투여를 받는 한편,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이수해야 한다.
지난해 발생한 13세 미만 아동을 노린 성폭력 범죄는 총 1,175건으로 하루에 3.2건 꼴이다. 초범이 40.8%, 재범이 59.2%였고, 동종 전과자의 비율은 65.7%였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해 7월 성도착증 환자로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게 약물치료를 할 수 있도록 법률이 시행됐다.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인권침해 소지 등 고려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애초 2008년 법률 발의 당시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등의 영향으로 2010년 국회 통과 때는 빠지면서 논란이 됐다. 본인의 동의 없이 시행할 경우 '자기결정권'이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할 것을 권고했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범죄자가 요청하면 국가가 약물치료를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치료기간에만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견해다. 화학요법을 사용했을 때와 안 했을 때 범죄재발률이 17.5%와 1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유럽의 조사결과도 있다.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만능수단일 수는 없다. 제기된 문제점들을 시행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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