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소라를 배출한 그룹 낯선사람들의 리더. 가수 고찬용(41)을 설명하려면 20년 전의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 데뷔 당시 천재 소리 들으며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그가 오랜 칩거와 방황을 접고 6년 만에 새 앨범 'Look Back'을 냈다. 20년차 가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 겨우 두 번째 솔로 앨범이다.
22일 만난 고찬용은 공백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 "직장을 잃어서"라고 말했다. 소속 기획사 하나음악이 2003년 문 닫은 것을 가리킨다. '실직' 상태에서 홀로 만든 솔로 1집이 2006년 세상에 나왔지만 변변한 홍보도 하지 못한 채 묻혔다. 지난해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가 연출하는 뮤지컬 '도도'의 음악을 맡고 악기 레슨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음악이 '푸른곰팡이'란 이름으로 부활한 것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1990년 제2회 대상 수상) 이후 다른 기획사에 가본 적이 없으니 제겐 하나음악이 가족 같은 존재죠. 2집을 낸 것도 푸른곰팡이와 동료들 덕분입니다."
장필순 윤영배 이규호 한동준 김정렬 등 푸른곰팡이 식구들은 그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힘을 줬다. 그는 1996년 낯선사람들 2집을 낸 뒤 오랫동안 공황장애로 마음의 병을 앓았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사람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냈어요. 술과 담배에 빠져 몸도 나빠졌죠. 그 땐 다시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차츰 몸이 좋아져 음악 공부와 작업을 하면서 1집을 낸 거죠."
작곡과 연주, 편곡까지 도맡아 하는 고찬용의 음악 작업은 완벽주의에 가깝다. "나중에 듣고 후회할 음악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모든 걸 쏟아 붓는다. 1집 'Ten Years Absence'를 만들 땐 모든 악기를 미디로 혼자 연주했다.
변화무쌍한 화성과 리듬, 화려한 선율은 예나 지금이나 그의 장기다. 낯선사람들은 미국 재즈 보컬그룹 맨해튼 트랜스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화음과 복잡한 멜로디 진행으로 주목 받았고, 솔로 1집은 '선율과 리듬'이란 관심사를 작가주의적 접근법으로 풀어내 호평 받았다.
12일 발매된 2집은 "음악적인 실험을 더 깊게 들어간 앨범"이다. 16년 만에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덕에 새로운 방식을 많이 시도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스트링이나 플루트, 기타 신시사이저 등 새로운 악기를 많이 사용했고 화성이나 편곡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일반적인 가요보다 코드 변화가 훨씬 많고 악기 편성도 많아 '엉망진창'이 된 악보에 세션 연주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새 앨범이 전하는 이야기는 위로다. '파이팅' '날 위로해 줄 거야' '철부지' 등 10곡은 자신을 비롯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는 "생각이 트이면서 더욱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표현하는 방식도 편해졌다"고 했다.
고찬용은 앞으로 대중과 자주 만날 계획이다. 20일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6월 2, 3일 열리는 음악 이벤트 레코드페어의 하나음악 특별전 및 공연에도 참여한다. 7월 1일 서울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데뷔 이후 첫 단독 공연도 연다. "이젠 음악을 더 잘하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더 자주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해서 팬들과 만나야죠."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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