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실시된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호남 출신의 강기정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보이면서 향후 경선 판세를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 특히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앞세운 이해찬 후보의 대세론이 사실상 무너지고 '이해찬, 김한길 양강'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앞으로 상당 기간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경선 결과는 앞선 울산과 부산 경선과는 딴판이었다. 울산과 부산에서 '이-박 연대'에 대한 선호가 승부를 갈랐다면 호남 민심은 같은 지역 출신인 강기정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이런 구도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친노세력과 비노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호남 민심이 친노와 비노의 대결 구도에서 절묘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강 후보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이해찬 후보가 누적 득표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김한길 후보에게 쫓기는 형국이 됐다. 김 후보는 부산 경선의 부진으로 이 후보에게 크게 밀렸지만 이날 선전으로 28표 차로 맹추격하게 됐다.
이해찬 후보는 친노와 호남세력의 결합인 '이-박 연대'를 앞세워 호남에서 쐐기를 박고 초반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목포 출신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었던 전남에서도 이 후보는 김한길 강기정 추미애 후보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캠프 주변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이 후보는 수도권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반면 김한길 후보는 비록 누적 득표에서 이 후보에게 밀렸지만 이날 경선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이 후보를 따돌렸다는 점에서 고무돼 있다. 김 후보 측은 이날 결과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위를 기록하며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린 광주 경선에 견주고 있다.
이날 경선에서는 구민주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추미애 후보가 282표로 4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추 후보는 전남 지역에서만 224표를 얻어 김한길 강기정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광주는 강기정, 전남은 추미애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투표에 앞서 열린 현장 합동연설에서는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 사이에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졌다. 김 후보는 전날 이 후보가 자신을 향해 인신 공격성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도리어 "이해찬 후보야말로 4년 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떨어지고 탈당했다"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이해찬 후보는 이-박 역할분담론에 대한 역풍을 잠재우는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미처 많은 분들하고 상의하지 못하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점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화순=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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