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 조각 위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얻어 맞으면서 행군했다…가족이 그립고 배달 중국음식 생각이 간절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국제 테러집단 알카에다에 투신한 젊은이의 사연이 공개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동권 이민자의 자녀 아부 만수르 알암리키(미국명 오마르 하마미∙28)가 알카에다의 소말리아 분파 알샤바브에서 겪은 일을 털어 놓은 자서전 '미국인 지하드 전사 이야기: 1장'을 온라인에 공개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21일 보도했다. 127쪽 분량의 자서전에는 평범한 미국 청년 하마미가 이슬람에 귀의한 사연부터 미 연방수사국(FBI)이 주목하는 테러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고통스런 훈련 과정 등이 실려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시리아인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하마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매주 교회에 나가는 침례교도였다. 자서전에 따르면 학업과 운동 모두 뛰어나 학교 최고의 인기 학생이었던 그는 아버지의 고향 시리아를 다녀온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하마미는 자서전에 "10학년(고등학교 2학년) 무렵 내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무슬림은 약물도, 여자도 가까이 할 수 없다"라고 썼다.
9ㆍ11 테러 때까지만 해도 급진주의자가 아니었다는 하마미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나자 본격적으로 미국을 적대시하며 소말리아로 건너가 알샤바브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신병훈련소의 고문에 가까운 훈련이었다. 훈련관들에게 수시로 폭행당했고 한 번은 급소를 차이기도 했다. 그는 "사령관에게 내가 만약 불임이 되면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모두 농담으로 생각하며 웃었고 고문은 계속됐다"고 기록했다. 훈련을 마치고 전쟁에 참가한 후의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음식은 형편 없고 마실 물도 없었다. 미국에서 살던 때 그냥 지나쳤던 아이스크림과 도넛 생각이 간절했다"고 쓴 그는 "그러나 (지하드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앞으로 계속 도망자로 살아야 할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현재 알샤바브의 간부급인 하마미는 3월에도 유튜브에 조직 내부의 갈등을 폭로하는 동영상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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