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지역 순회 경선 도입 불가피론이 대두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최소한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하도록 돼 있는 국민참여경선을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엔 연일 예상 밖의 결과를 연출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벌써부터 새누리당 일부에선 "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이 정도 대박이 났으므로 다단계로 치러지는 야권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의 파괴력은 더 커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참여'가 보장된 민주당의 반전 드라마에 당장 비박(非朴) 진영에선 흥행을 통한 본선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순회 경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 측 정양석 의원은 22일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민주당보다 관객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회 경선을 실시하려면 국민참여 선거인단 투표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도록 규정한 당헌ㆍ당규(90조3항)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계 다수는 여전히 "매번 선수들에게 룰을 맞추자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순회 경선은 이회창 대세론이 퍼져 있던 '2002년의 한나라당'도 실시한 제도이다. 당시 이회창 후보와 이부영 최병렬 이상희 후보가 전국 순회 경선을 치렀다. 물론 압도적 득표율을 얻은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만 확인했고 흥행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엔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의 급부상을 낳은 국민경선을 실시해 흥행에 성공하자 한나라당이 뒤늦게 부랴부랴 순회 경선을 도입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말 박근혜 전 위원장을 위한다면 합당한 경선 룰 수정을 위해 직언해야 한다"며 "12월에 '우물쭈물 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며 피눈물을 안 흘리려면 선제적으로 순회 경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본선 승리를 위해선 지역 순회 경선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엔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국 순회 경선과 당일 투표 결과 공개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인사도 "여러 안과 묶어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의원은 이날 비박 진영 심재철 최고위원이 주최한 '오픈프라이머리 토론회'에 참석해 '3단 마술론', '면역주사론' 등을 언급하며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야당은 민주당 내 경선, 통합진보당과의 후보 단일화, 무당파 층인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하는 삼단 마술에 의해 승리하겠다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쉽게 후보를 뽑았다가 본선서 예기치 않은 야당의 공격을 받으면 성이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으므로 경선에서 면역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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