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가 그간 극심한 갈등을 빚어 온 신ㆍ구 당권파의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계파는 한목소리로 검찰 수사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신ㆍ구당권파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구당권파는 단기적으로 시간끌기의 명분을 얻은 것 같지만 결국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신ㆍ구당권파가 그 동안 이석기 김재연 등 구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여부를 두고 격렬하게 맞서왔지만, 당장 검찰의 압수수색이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당권파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은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명부를 압수당한 상황에서 이 비대위, 저 비대위를 넘어서 당을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당권파는 아예 검찰 수사를 '공안 탄압'으로 규정하고 장기 농성 체제에 들어갈 태세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강한 진보당 당원들의 정서를 감안해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계기로 삼을 공산도 크다.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 사퇴 등 당내 문제는 자연스레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당 쇄신에 속도를 내던 신당권파로선 다소 답답한 상황이 됐다. 혁신비대위가 당초 비례대표 사퇴 시한인 21일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 때문에 일단 뒤로 미뤘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원장은 이날 "어제 회의를 열어 중대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검찰이 왜 중간에 끼어들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신ㆍ구당권파가 해법을 찾지 못하며 격렬히 대치해온 상황을 풀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당권파가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대해 "부실은 있었지만, 부정은 없었다"고 항변해왔지만 검찰에 의해 대리투표나 유령당원 조작 등의 부정 선거가 확인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더구나 검찰이 구당권파가 당을 운영하면서 저지른 비리까지 밝혀내면 구당권파로서는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은 구당권파가 검찰과의 대치로 당내 문제에서 시간을 번 측면이 있지만 결국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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