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를 22일 압수하자 진보당이 연좌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당원명부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당원명부는 정당의 핵심 기밀이 담긴 '족보'로 비유할 수 있다.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진보당 당원명부에는 당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직업, 당비 납부 현황, 진성당원(당비를 내는 회원) 여부 등이 기재돼 있다. 진보당 당원명부에 기록된 당원 총수는 13만여명, 진성당원은 7만50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부에는 또한 진보당을 떠난 구 민주노동당원들을 포함한 7만~8만명의 신상정보와 지난 13년 간의 입ㆍ탈당 기록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은 이같은 당원명부를 검찰이 손에 넣는다면 진보세력 전체를 탄압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할 것이라 보고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모양새다. 특히 당원명부에 담긴 여러 정보 중 진보당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진성당원의 신분 노출이다. 2010,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교사와 공무원들이 민노당에 불법 가입한 혐의로 무더기 기소됐을 당시 확인되지 않았던 진성당원들이 검찰에 대거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정미 진보당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당원명부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검찰이 모든 당원의 신상정보를 움켜쥠으로써 지속적으로 진보정당의 모든 당원들을 공권력의 정치적 목적 앞에 발가벗겨 놓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진보당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검찰 공안부의 진보세력에 대한 기획수사에 당원명부가 기본자료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진보당의 이 같은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교사ㆍ공무원의 민노당 가입 사건 수사가 종결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별건 수사'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당원명부를 (수사에)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이 (부정경선) 사건에 한정돼 있다"며 "(당원명부가 확보됐다고) 다시 수사한다는 것은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검찰은 당원명부가 이번 수사에 필수적인 참고자료라고 주장한다. 부정경선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나오면, 그가 실제로 당원인지 유령당원인지를 밝혀야 다음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검찰 관계자는 "주민번호 0000도 있고 뒷자리가 겹치는 사람도 있다는데, 선거인명부에 오른 이런 사람들이 과연 당원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원명부와 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당원명부가 저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 3개를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로 보내 분석 중이다. 분석 결과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이번 주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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