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과 파주 등 경기 서북부 주민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강매-원흥간 도로(권율대로)를 타고 방화대교를 건너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다. 하지만 5년 후엔 반드시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를 타고 방화대교를 건너야 한다. 권율대로에서 방화대교로 직접 연결되는 도로가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멀쩡한 무료 도로를 막아 민자사업자 수입을 보장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22일 기자가 승용차를 운전해 폐쇄 예정인 권율대로를 직접 달려봤다. 고양 행신택지지구에서 출발해 수색-일산간 중앙로를 타고 가다 방화대교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곧게 뻗은 왕복 6차선 권율대로가 곧바로 나왔다. 차량 소통이 없는 한적한 권율대로를 2㎞쯤 내달리자 차량은 방화대교로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까지 이어졌다. 파주에서 제2자유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시민들도 권율대로를 거쳐 1㎞만 가면 방화대교가 나와 손쉽게 인천공항으로 향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서북부 주민들이 권율대로-방화대교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서울-문산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2017년까지만 가능하게 됐다. 민자도로 건설 후 권율대로에서 방화대교로 가는 직진 차로가 폐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차량이 현재 경로보다 먼 거리를 돌아서 가야만 한다. 방화대교까지 가는 거리가 제2자유로는 6㎞, 중앙로는 5㎞로 크게 늘어난다. 불필요하게 연료비와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통행료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국토부와 (주)서울문산고속도로의 실시협약을 보면 권율대로를 막을 경우 행신IC-남고양IC 구간의 1일 교통량은 1만3,815대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구간 10만2,791대의 13.43%를 차지한다. 권율대로를 폐쇄했을 때 민간사업자인 (주)서울문산고속도로 측이 얻는 수익은 연간 32억원, 민자사업 운영기간인 30년 동안 977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민간사업자가 행신IC-남고양IC까지 통행료를 646원으로 적용했을 때 계산된 수치다.
고양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고양시 대책위원회는“방화대교와 연결된 멀쩡한 무료도로를 막아 우회하도록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이는 서울-문산간 민자고속도로 수입 보장을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권율대로 폐쇄는 행신IC 인근 고양시 주민들의 민자고속도로 통행을 유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파주시 주민들의 통행까지 유도해 민자사업자의 수익을 올려주려는 국토부의 숨겨진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고양에 사는 박모(40)씨는“그 동안 파주ㆍ고양지역 주민 대부분이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제2자유로를 거쳐 방화대교를 이용했는데 권율대로를 폐쇄할 경우 파주나 고양에서 혼잡한 행신IC 진입을 피해 처음부터 민자도로를 타게 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도“권율대로 통행을 막으면 행신IC-남고양IC 구간이 전체 통행량 중 13.43% 차지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인접한 행신지구 주민들 통행량만 감안한 것일 뿐 민자고속도로 전체 통행료 수익적인 면에서 봤을 때 30~40% 가량 통행량이 늘어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측은 이에 대해“권율대로를 방화대교와 연결하면 고속도로 직진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고 끼어들기로 인한 체증이 유발돼 우회하도록 했을 뿐 민자사업자 수익을 위한 차단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행신IC를 이용해 공항으로 가는 차량에 대해서는 무료화하기로 사업자와 협의가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문산간 고속도로는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파주시 문산읍 내포리 35.6㎞를 잇는 도로로 12월 착공해 빠르면 2017년 개통 예정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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