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퇴출된 미래저축은행의 석연찮은 거래와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김모 청와대 행정관의 형에게 100억원대의 빚을 탕감 받게 해 준 사건에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이 개입됐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나온 것. 이에 따라 김찬경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과의 관계에 청와대 행정관까지 연결되면서 의혹의 고리가 늘어나는 형국이다.
김찬경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김 행정관의 형이 운영하던 S병원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를 다시 김 행정관의 형에게 되파는 과정은 의혹투성이다. 22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정관의 형이 100억원을 탕감 받기까지 김찬경 회장, 농협, 유암코(UAMCCOㆍ부실채권 관리 및 유동화 전문 기관), 김승유 전 회장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S병원은 2009년 7월 160억원대의 빚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94억원에 달하는 S병원 1순위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농협중앙회는 2010년 6월 이를 유암코에 26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보통 1순위 채권은 채권가액의 80% 이상에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헐값이다. 농협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아 S병원의 채권 가치가 38억원으로 떨어졌다는 감정이 나왔다"며 "유암코가 써낸 입찰가가 가장 높았다"고 해명했다.
유암코가 김찬경 회장이 만든 SPC인 ㈜레알티산업에 이 채권을 파는 과정에서 의혹은 더욱 커진다. 레알티산업은 2010년 12월 유암코에 50억원을 주고 S병원 채권을 사들였다. 유암코는 채권 매각으로 20억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으나, 당시 S병원 채권의 시세는 9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 김승유 전 회장이 관여했다는 미래저축은행 계열사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암코와 김 전 회장은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나금융 부사장을 지낸 이성규 유암코 사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S병원 채권 매각은 입찰을 거쳤고, 제일 높은 가격을 써 낸 곳(레알티산업)에 판 것"이라며 "김승유 회장으로부터 전화는 받았으나 이 건과 관련해 부탁이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찬경 회장 수사에 김승유 전 회장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의혹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퇴출 직전인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대출해 주는 형식으로 유상증자를 도왔다는 의혹을 샀다. 또 하나금융은 김찬경 회장 소유인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 골프장 회원권도 18억원에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김승유 전 회장과 김찬경 회장의 관계가 막역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지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김찬경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통해 김승유 회장과 가까워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경 회장은 2007년 5월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최고위과정(APCA) 1기로 등록하면서 천 전 회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천 전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대학시절부터 깊은 우정을 쌓아왔던 대표적인 고대 인맥으로 꼽힌다.
한편 검찰은 "현재로서는 김승유 회장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다"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하면 조사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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