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치수를 해야 한다. (환경부)”
“임진강 유역 홍수방지를 위해서는 준설이 필요하다. (국토해양부)”
임진강 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환경부와 준설을 추진 중인 국토부가 충돌하고 있다. 수 차례 홍수를 겪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 주민들은 “습지보호지역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어 임진강 하구의 미래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22일 국토부와 환경부, 파주시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0년 8월부터 한강 합류지점에서 임진강을 따라 문산읍 초평도 아래까지 13.233㎢에 대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분단으로 하천 원형을 간직한 데다 생물다양성이 뛰어나 보전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은 초평도와 장단반도, 문산천 등을 포함한 16.6㎢이었지만 파주시와 사유지 소유자 등의 반대로 이 지역들은 지정 범위에서 제외됐다.
환경부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다른 부처 협의는 모두 마쳤지만 하도정비와 준설을 앞둔 국토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준설 설계를 발주해 업체를 선정 중이다. 준설은 한탄강댐과 군남홍수조절지 등과 더불어 임진강홍수방어대책 중 하나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준설을 안 하면 한 덩어리로 묶여 돌아가는 홍수방어책이 깨지게 된다”며 “하천변 저류지 조성도 검토했지만 토지보상비가 막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습지보호지역이 돼도 생태치수로 홍수를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생태치수는 준설을 최소화하는 대신, 저류지 조성이나 물길 바꾸기 등으로 생태를 보호하며 홍수를 억제하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도 치수가 최우선이지만 준설은 계속 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효과가 적다”며 “방법론의 차이인데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산 주민들은 이날 환경부를 방문해 습지보호지역 철회를 촉구했다. 문산지역은 1999년 임진강 범람으로 2,300여 가구에서 이재민 7,100여명이 발생하는 등 1990년대 세 차례나 큰 홍수 피해를 입었다. 박찬호 습지보호지역 지정 반대 추진위원장은 “지난해 여름 폭우 때도 썰물이라 다행이었지 만약 밀물이었으면 문산이 모두 잠겼을 것”이라며 “소중한 자연을 후대에 물려줘야 하지만 주민 안전이 확보 되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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