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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못생긴 남자' 성형으로 꽃미남 됐지만…획일화 강요하는 사회에 섬뜩한 메스 들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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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못생긴 남자' 성형으로 꽃미남 됐지만…획일화 강요하는 사회에 섬뜩한 메스 들이대다

입력
2012.05.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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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못생긴 남자'는 청각적 이미지가 중심을 이루며 시작한다. 아무리 소극장 공연이라지만 무대장치라곤 바퀴 달린 긴 철제 테이블 하나다. 굳이 더 찾는다면 찻잔 등 자잘한 소품을 꺼내고 담는 상자 정도다. 여기에 배우는 단 네 명. 하지만 '따르릉' 울리는 전화벨 소리,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 '땡땡땡땡땡'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연극이 시작되면 관객의 마음은 금세 분주한 현대 직장인의 삶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으로 꽉 채워진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자신이 개발한 제품 설명회에 나가지 말라는 사장의 통보를 받고 그 충격으로 성형수술을 감행해 새 인생을 꾸리는 레테의 삶을 그린 '못생긴 남자'는 시종 이 같은 음향효과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독특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사실 성형수술로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이야기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다.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진 '미녀는 괴로워'를 비롯해 이미 유사한 콘텐츠를 여럿 접한 까닭이다. 그러나 독일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의 '못생긴 남자'는 단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연극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성형수술은 자본주의의 물적 토대에서 성공은 몰개성과 직결됨을 강조하는 소재로 쓰였다.

이 같은 주제의식은 윤광진씨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으로 날개를 달았다. 청각을 강조함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는 진부함 대신 큰 울림을 남긴다. 현대사회의 차가운 단면을 묘사하는 듯한 성형수술 장면의 날카로운 금속성은 섬뜩한 기운까지 풍긴다.

지난해 6월 초연, 올해 초 재공연에 이어 이번 세 번째 무대까지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의 차진 호흡도 돋보인다. 레테 역을 맡은 오동식을 제외한 이기봉, 이동근, 이슬비 세 명의 배우는 1인 다역을 소화한다.

특이한 것은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지 않고 맴돌다 의상 등 외양 변화 없이 조명과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점이다.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레테를 연기하는 배우가 분장이나 옷차림을 달리하는 게 아니며, 각기 다른 외모의 배우들이 레테의 얼굴을 동경해 그와 똑같이 성형수술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본질과 이미지가 혼동되고 원본과 복제가 혼재하는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희극적인 요소도 많아 관객의 흥미를 끌면서도 정체성 혼란으로 자살을 결심하는 레테의 마지막 독백 등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은 수작이다. 6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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