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1번이 작품번호 2번, 32번이 111번이니까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작곡가의 전 생애는 물론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초입에 이르는 역사적 변환점까지 음미할 기회죠."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김대진씨는 모두 32곡으로 이뤄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압축한다. 2000년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하루에 완주했던 그는 그러나 "32곡에 이르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다이내믹하게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때까지는 미뤄두고 싶다"고 했다.
베토벤 전곡 연주에의 꿈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김선욱(24)이 2년 예정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장정을 지난 3월 시작했다. 여기에 답이라도 하듯 재불 피아니스트 임현정(26)은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전곡집을 EMI레이블로 한꺼번에 내놓았다.
임씨는 이번 데뷔 음반을 위해 서한과 연구 서적 등 관련 자료를 읽은 뒤 30곡을 완전한 베토벤의 작품으로 간주해 영웅, 여성성, 충돌 등 8개의 주제로 재구성했다. 연구 결과 베토벤의 뜻과는 무관하게 출판된 것으로 알려진 19ㆍ20번은 제외했다. 이번 전곡집 발간은 이경숙씨가 1968년 국내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완주했고, 백건우씨가 2007년 7일 동안 잇달아 완주한 데 이은 또 하나의 기록인 셈이다.
13세에 프랑스로 유학한 임씨는 파리 국립음악원 최연소 입학ㆍ졸업 등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유튜브에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EMI의 관심을 끈 이력도 이채롭다.
베토벤 전작품 연주회는 배기정(39ㆍ첼로), 박미정(45ㆍ피아노) 듀엣의 연주회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전작품 시리즈1'로 이어진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을 전ㆍ후반부로 나누어 베토벤의 음악세계를 보다 깊이 접근하게 하는 시리즈다.
"끝없는 도전, 청력 상실의 고뇌를 견뎌내어 음악으로 승화시킨 작곡가, 거의 모든 낭만주의 작곡가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 자신의 의도대로 연주자가 해석하도록 너무나도 자세한 지시어들로 가득찬 악보…." 박씨가 베토벤에 심취하게 된 요인은 끝이 없다. 피아니스트가 반주자로서만이 아니라 마치 지휘자처럼 더 주도권을 갖도록 한 베토벤 작품의 특성도 박씨에게는 큰 매력을 지닌 것이었다.
앞서 2009년부터 2년간 베토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나타를 위한 전곡 연주'를 했던 그는 "관객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감상 후기를 읽으며 감동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작은 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돈독한 일체감은 또 다른 실내악 프로젝트로 추동하는 힘이었다. 그는 이번 협연자 배씨에 대해 "작곡가의 미묘한 의도에 대해 고민하고, 연주력을 과시하기보다 곡의 의도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첼로 소나타 3번 등이 연주될 1부는 23일 오후 8시. 2ㆍ4ㆍ5번 등은 26일 연주된다. 금호아트홀 (02)561-540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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