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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 멈춰 선 듯… '궁극의 춤사위' 만난다/ 이매방·김백봉 등 10인 '명작명무전' 한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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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 멈춰 선 듯… '궁극의 춤사위' 만난다/ 이매방·김백봉 등 10인 '명작명무전' 한무대에

입력
2012.05.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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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저만치 넘어 미수(米壽ㆍ88세)가 코앞이다. 그러나 21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서울 필동 한국의집에 마련한 '명작명무전' 기자간담회에서 두 거장 이매방, 김백봉씨는 앉자마자 거침없이 이야기 보따리부터 풀어놓기 시작했다. 간담회는 시작도 전에 흐벅진 육담과 옛 이야기에 흠뻑 취해 버렸다.

각각 '우봉' '취봉'을 호로 쓰는 이 86세 동갑내기에게는 시간의 화살이 비껴갔나. 희비의 감정을 숨기지도 않고 어제일 마냥 생생하게 기억을 불러낸다. 두 사람은 승무ㆍ목포 권번의 기방춤, 부채춤ㆍ화관무의 거장이다. 김씨에게는 최승희의 수제자라는 별호가 하나 더 얹혀진다. 간담회장에서는 김말애, 임이조, 정재만, 김명자 국수호 등 우리 춤의 중견들이, 비록 병풍처럼 펼친 사진 속이지만 두 사람을 옹위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을 기획ㆍ연출한 무용평론가 진옥섭씨는 "부채춤, 화관무, 승무, 살풀이 등 4가지 한국춤의 정통성을 확인할 자리"라며 "우리 춤이 가진 원형을 핵심적으로 볼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자리를 풍성하게 한 것은 그 '춤의 원형'보다 '기억의 원형'이었다."진도 옆 조도에서 모친 46세에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7살에 목포 권번에 들어갔다가 23살에 이름을 귀태(貴泰)에서 매방이라 바꿨지." 10세(중 1) 때 처음 춘 춤이 승무였다. 그의 스승 진소홍이 순조 앞에서 선보인 춤사위 그대로였다. 살풀이로 문화재 지정을 받았지만 그는 자기 춤의 원형인 승무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기생들이 환갑 잔치로 돈 벌러 가고 없어, 목포 역전 가설 무대에서 대신 춘 춤이 승무다. 의친왕의 귀에까지 들어간 춤 솜씨였지만 세상의 빛을 본 것은 1977년 서울 YMCA 강당 무대였다. 그 공연으로 인간문화재의 기틀을 닦았다. 그의 기억은 정통 한국무용의 연대기나 다름 없었다. 이씨는 "이번에 이매방이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벌일수도 있는 이매방 선생이 보는 백봉은 어떤지"라며 진씨가 짐짓 장난스레 물었다. "무용가 중에 이 여자처럼 마음씨 고운 여자도 드물어." 그 말에 김씨는 "나는 벅자구('개구리'의 평안도 사투리) 잡는 선수였다"며 미군 부대에서 나온 낙하산천으로 옷 지어 입고 춤췄던 일, 반공법으로 고생하던 일 등을 풀어냈다. 1941년 평남 진남포에서 최승희의 공연을 보고 홀딱 반해 따라 붙은 일까지.

6월 9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춤은 김말애의 '화관무'와 '굴레', 임이조의 '승무', 김매자의 '숨', 정재만의 '태평무', 김명자의 '살풀이', 국수호의 '입춤', 안병주의 '부채춤', 조흥동의 '진쇠춤' 등 전통과 창작을 오가는, 그야말로 소요유의 몸짓들이다. 이씨는 '살풀이춤' 전반부에, 김씨는 '부채춤' 전반부에 무대에 올라 살아 있는 전설로 승화한다. 원장현(대금), 최종관(아쟁), 김귀자(가야금) 등 당대의 잽이들이 그들을 에워싼다. (02)3011-1720~1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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