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주변인 계좌에서 수백억원대 뭉칫돈이 발견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18일 창원지검)
"노건평씨와 뭉칫돈 계좌 사이의 직접적인 거래는 없었고, 연관도 없다."(21일 창원지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8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메가톤급 발언을 한 지 사흘 만인 21일, 말을 바꿔 비난을 자초했다. 창원지검은 이날 "건평씨 수사 과정에서 뭉칫돈 계좌를 발견한 것은 맞지만 건평씨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당초 입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로 돌변했다.
검찰의 이 같은 태도 변화로 보면 이번 사건은 자칫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당초 수사가 아닌 확인단계라고 강조하면서도 '자금관리인' '의심스러운 계좌' '수백억원대 뭉칫돈'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등 자극적이기까지 한 표현들을 구사하며 대형 스캔들 의혹을 한껏 부추겼던 검찰이 이처럼 한 걸음 물러선 것을 놓고 또다른 추측이 무성하다.
뭉칫돈 발표 이후 이 돈의 실체를 놓고 언론 등을 통해 온갖 의혹이 증폭됐지만 검찰은 공식 브리핑은 물론 언론의 확인취재에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러다 사흘 만에 돌변한 것이다. 수사의 기본 원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맞물려 노건평씨 뭉칫돈 의혹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 등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뭉칫돈의 규모, 조성 경위, 사용처, 실제 주인 등에 대해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검찰의 이 같은 행태에 또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침 노 전 대통령 3주기를 눈앞에 둔 시점이기도 하다.
검찰이 기자들에게 말했듯 진정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수사의 효율성, 실체적 진실규명과 인권보호를 최우선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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