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자금관리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박영재(57) 영재고철 대표 측 계좌에서 발견된 250억여원의 실체는 뭘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건평씨의 뭉칫돈, 비자금 저수지'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실제 통장 거래내역 사본으로 확인한 결과 박씨가 수년간 고철사업을 하면서 거래한 입출금 내역의 일부로 보였다. 남은 문제는 거래의 불법성 여부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고, 박씨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이 의심을 품고 있는 계좌는 농협 진영지점에서 개설된 것으로 박씨가 고철사업을 하면서 사용한 동생 석재씨 명의 계좌 2개다. 박씨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동생과 동업했고, 사업자 명의도 동생으로 했기 때문에 계좌도 동생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뒷자리 '330'으로 끝나는 계좌는 2001년 3월15일 개설된 것으로 현재 잔금은 200여만원, 뒷자리 '410'으로 끝나는 계좌는 2008년 1월 개설돼 잔금이 700여만원 있다.
드러난 것만으로는 거액이 고여있는 저수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330 계좌는 한때 잔금이 2억4,345만원이었던 적도 있지만, 수시로 이뤄진 폰뱅킹과 인터넷뱅킹, 현금인출로 인해 잔고는 계속 변동된다. 하루에 보험료 명목으로 8,552원이 빠져나간 적도 있고, 많게는 5,000만원이 A씨에게 송금되는 등 다양한 목적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박씨는 "업체 및 개인과의 사업상 거래일 뿐, 불법적 거래는 단 하나도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계좌 거래가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에 활발하다가 서거 즈음인 2008년 초순부터 뜸해진사실을 두고 의심을 품는 데 대해 박씨는 "세무법이 바뀌면서 2008년 1월 끝자리 410으로 된 사업용 계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계좌는 개설일인 2008년 1월10일 7,000만원 입금을 시작으로 330 계좌와 유사한 패턴으로 하루에 수십번 입출금되는 등 현재까지 활발한 거래 내역을 보이고 있다. 310과 410 계좌를 연속해서 보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거래 빈도는 무관한 셈이다. 거래처도 A철강, B산업, 정모씨 등 사업체에서부터 개인까지 다양하고, 패턴도 330 계좌와 유사하게 입금보다 출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장 개설 후에도 박씨의 주장처럼 동일한 형태의 계좌 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볼 때 검찰은 거래 전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특정 시기에 이뤄진 특정 거래'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330, 410 두 계좌를 중심으로 입출금 단계를 추적했는데 뭔가 수상한 것을 찾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씨는 "2008년 초에도 창원지검이 해당 계좌와 노건평씨를 연결지어 수사를 했는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창원=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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