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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까닭은

입력
2012.05.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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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21일 중앙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은 이번 사태를 보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이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정당 내부 문제에 잘못 개입하면 엄청난 역풍이 불 수도 있지만, 보수는 물론 진보진영까지 투표조작 행위를 맹비난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통합진보당이 4ㆍ11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자를 뽑는 내부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온라인 투표 시스템과 현장투표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단행됐다.

지난 2일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코리아가 통합진보당을 고발하면서 수사 명분은 생겼지만, 검찰은 그 동안 수사 착수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당 내부 문제인데다 진보정당 탄압을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를 포기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자, 검찰이 수사를 벌인다고 해도 상당히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당 내부 문제가 자칫 검찰과 진보정당 간의 대결구도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경선 비리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당 내분 사태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검찰은 수사로 인한 역풍보다는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통합진보당의 경선 비리가 상당히 심각해 이번 기회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며 수사팀 내부 기류를 전했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오해를 불식시킬 만큼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검찰 스스로 "내부 선거비리로 정당을 압수수색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당내 부정선거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도 "대리투표와 중복투표 등의 조작행위는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키는 위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경선의 공정성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진상조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것처럼 통합진보당 당직자가 허용된 접근권한 이상으로 서버에 침입한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물론 전례 없는 정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검찰 내부에 상존하고 있다. 정당 내부문제에 공권력이 개입한 모양새로 비춰질 경우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평소 의중이 이번 수사에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경선 비리 수사를 명분으로 검찰이 정당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는 당원명부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는 벌써부터 뒷말이 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검찰이 명부를 확보할 경우 진보정당을 탄압할 수 있는 다른 수사에 활용할 것은 뻔한 수순 아니겠느냐"고 반발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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