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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작가 회의' 참가한 소설가 천운영·진런순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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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작가 회의' 참가한 소설가 천운영·진런순 대담

입력
2012.05.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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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인 교류 행사인 제6회 한중작가회의가 이틀 간 일정으로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개막됐다. 2007년부터 양국을 번갈아 오가며 열리는 연례 행사로, 한국 문인 21명과 중국 문인 18명이 참가했다. 한중 수교 20주년인 올해 행사의 주제는 '양국 문학의 소통과 이해'. 한중작가회의 준비위원회와 중국 시안시작가협회가 주최하고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학번역원이 후원한다.

양국 소설가 천운영(41), 진런순(金仁順ㆍ42)씨가 이날 대담을 가졌다. 천씨는 2000년 등단 이래 단편집 세 권, 장편 두 권을 내면서 관능과 욕망, 상처를 세밀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문학적 개성을 구축했다. 재중동포인 진씨는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로 쓴 성장소설 애정소설로 중국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작가다. 장편 을 비롯해 한국과 관련된 작품도 다수 선보였다. 양국 1970년대생 작가 중 첫손에 꼽히는 두 동년배 작가는 첫 장편, 작가 세대론, 양국 문학에 대한 감상, 문학 위기론 등을 주제로 한 시간 반에 걸쳐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진런순(이하 진)=(한국문학번역원이 내는 중국어 잡지를 내보이며) 여기서 당신의 단편 '바늘'을 읽었다. 제목처럼 섬세하고 빈틈없는 작품이었다. 중국 작가들은 이 정도의 디테일한 표현을 장편에서 추구한다. 단편은 그에 비해 자유롭다.

천운영(이하 천)=밀도 있는 단편은 한국문학의 전통이고 그 수준이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70년대생 작가들은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문학적 다양성을 펼치고 있다. 선배 세대처럼 역사사회적 관심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80년대생은 상상력이나 단편 형식 등에 있어 훨씬 자유롭다.

진=중국 70년대생 작가는 이전 문학의 정치 편중에서 벗어나 인간 자체에 관심을 돌린 첫 세대다. 하지만 80년대생은 또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1가구 1자녀 정책 아래 외동으로 귀하게 자라난 세대다. 인터넷을 통한 창작에 익숙하고 문화대혁명에 관한 기억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천=내 첫 장편 는 한국 남자와 결혼한 조선족 여인이 주인공이다. 한 조선족 여성이 소설로 써보라며 자기 얘기를 들려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녀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피임 시술을 받았는데 그게 잘못돼 자궁을 들어냈다. 그 탓에 한국인 남편과도 파경을 맞았다. 그분은 "한 국가가 한 여자의 몸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고 했다.

진=한국말은 못하지만 조선족으로서 한민족에 관심이 많았다. 고전 '춘향전'을 읽고 나서 을 쓸 결심을 했다. 춘향전이 중국 고전에 비해 스토리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선족으로서 고전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확장하는 소설을 써보자고 생각했다. 내 작품은 원전과는 전혀 달라서 춘향이 이몽룡과의 혼인을 거절하고 기생으로 남는다. 자유를 위해서다.

천=첫 장편 취재를 위해 따이공(보따리상)들 배를 타고 강원 속초에서 중국 훈춘까지 세 번 왕복했다. 따이공인 남자 주인공은 그렇게 탄생했다. 또 조선족 언어를 한국문학에 끌어들이고자 사전, 문학작품의 어휘를 열심히 익혔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쓰려던 여주인공의 행복한 사랑 이야기가 파국을 맞았다. 이제는 상처를 후벼 파지 말고 인생은 즐겁다는 걸 한 번쯤 알려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 그래서 내 연애담을 소재로 한 소설을 즐겁게 쓰고 있다.(웃음)

진=나이가 들었기 때문 아닐까.(웃음) 한국도 그렇겠지만 중국에서는 영상문화가 기세를 떨치고 있고 전통문학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영상문화는 독자의 이해를 쉽게 끌어내지만 생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금방 질리기 쉽다. 나이가 들면 향수가 생기듯, 시간이 지나면 문학이 다시금 독자의 사랑을 회복할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천=동감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가 뜨면 소설이 인기를 얻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작가들에게 "영화화되는 작품을 써라.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런 요구는 '세모꼴 네모' '네모꼴 세모'를 그려달라는 것과 같다. 문학은 문학다워야 살아남는다.

서귀포=글 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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