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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국회 입성이 그들의 성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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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국회 입성이 그들의 성공일까

입력
2012.05.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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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 사건(2006년)과 왕재산 사건(2011년)은 근래의 대표적인 대북 공안사건이다. 솔직히 나는 검찰이 발표한 이들 조직의 간첩활동 수사결과 발표에 반신반의했다. 북한의 지령문, 대북 보고문과 충성맹세 등이 혐의 사실의 구체적 근거로 제시되긴 했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무리하게 몰아갔던 간첩단 사건 학습효과도 있지만 요즘 세상에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집단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더 앞섰다.

최근 비례대표후보 경선 부정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내부 갈등을 지켜보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만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다. 일반 국민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의 종북주사파 세력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7명, 비례대표 6명 등 모두 13명의 당선자를 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구당권파 소속이자 종북주사파로 분류되는 인사는 6명에 이른다. 북한이 일심회와 왕재산에 내려 보낸 지령문에는 통합 전 민노당 시절의 조직 장악, 진보세력 대통합, 야권 연대를 통한 국회의석 확보 및 정책 담보 등 구체적 행동목표가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상황은 그 지령내용과 매우 유사하게 전개됐다. 이게 우연일 수가 있을까.

구당권파는 4ㆍ11 총선에서 거둔 성과에 크게 고무됐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 성공이 자신들에게 독(毒)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구당권파 소속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는 경선부정에 따른 비례대표 후보 자격에 원천적 하자가 있는데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신당권파 지도부의 강력한 촉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의원 등록을 마쳤다. 출당조치를 피하기 위해 자파세력 영향 하의 경기도당으로 기민하게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출당ㆍ제명조치 여부와 상관 없이 그들이 고집한다면 현실적으로 여의도 의사당 입성을 막을 길이 없다. 하지만 이것을 자신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으로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진보ㆍ보수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언론과 국민의 주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종북주사파적인 행태가 조금이라도 엿보이면 집중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들의 과거 행적도 끊임 없이 도마에 오르내릴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종북주사파 세력은 일반국민들에게 점점 더 '몹쓸 병 환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우리사회에서 종북주사파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는 비등점에 육박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그들을 겪어 본 사람들은 예외 없이 종북주의와 패권적 행태에 진저리를 친다. 한때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이정희 전 대표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정치인은 "여러 얼굴을 가졌다"고 평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 속에서 자신의 민 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종북주사파로 분류되는 정치세력은 늘'민중'을 입에 달고 살지만 현실 속에서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한 게 거의 없다. 민중의 삶 속에 파고들어 진보의 디딤돌이 되는 대신 종북과 반미주의에 갇혀 진보세력 확장의 걸림돌이 되어왔을 뿐이다. 역사의 잘못된 샛길로 빠져 심각한 실패를 초래한 김일성-김정일주의 오류에서 그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교집단 교주의 지구종말 예언이 빗나갔는데도 사교에 대한 믿음에 더욱 매달리는 '인지부조화'와 같은 현상인가.

종북주사파 세력의 국회 입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지하의 음습한 환경에서 번성한 세력이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공개무대에 올라서면 그런 환경에 맞게 달라지든지 아니면 뿌리가 말라 고사하든지 둘 중에 하나 아니겠는가.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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