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주영(73ㆍ사진)씨가 미국 출판시장에 한국문학을 적극 알린다는 취지로 진행 중인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의 ‘스타 작가 지원 사업’(본보 5월16일자 25면)에 대해 “국가 기관이 작가들에게 순위를 매기겠다는 졸렬하고 유치한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씨는 21일 한중작가회의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저마다 다른 문학 세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들은 무등(無等)의 존재”라며 “특정 작가를 골라 그들의 작품을 중점 번역한다는 것은 문학의 본령이 뭔지도 모르는 문외한의 관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월 취임한 김성곤 원장을 겨냥, “문학번역원 이사회라는 의결 기구가 엄연히 있는데 외부 선정위원회를 동원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했다”며 “원장 취임 제일성으로 내놓은 사업이 너무나 몰지각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원 대상이 된 작가 중엔 단지 번역하기 좋게 문장을 쓴다는 이유로 선정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게 문학적으로 올바른 판단 기준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문학을 대표할 좋은 작품이라면 여러 언어권으로 널리 알려야지, 미국 시장에만 중점을 두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린다는 사업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원 대상은 작가가 아닌 작품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옳고, 굳이 작가로 하겠다면 작고 작가를 대상으로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열린 한중작가회의 개회식에서도 이같은 취지로 문학번역원을 공개 비판했다. 그의 발언은 문학번역원이 김 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비공리에 지원 대상 작가를 선정한 데 대한 문단 일각의 불만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선정된 작가 18명 전원이 30~50대여서 원로ㆍ중진 작가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이번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타 작가 지원 사업을 공개하고, 선정 작가들의 대표작 일부를 영어로 발췌 번역해 해외 에이전트에게 읽히고 출간 여부를 타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주=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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