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 사범의 70% 이상이 술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술 취한 채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주폭(酒暴)' 을 막으면 범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21일 '주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김 청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시작하자마자 주폭을 뿌리 뽑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주폭은 술의 힘에 의지해 폭력을 행사하는 주취폭력배를 뜻한다. 김 청장은 "주폭의 주요 피해자는 여성, 아동, 노인 등 치안 사각지대의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라며 "이들은 상습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수치스럽고, 보복이 무서워 신고를 꺼리고 또 폭행을 당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주폭은 김 청장이 2010년 충북경찰청장 재임 때 만든 말이다. 그는 "처음엔 술에 취해 지구대를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경찰관에게도 이 정도인데 서민들에게는 얼마나 심하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주폭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서민 치안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김 청장은 충북청장 시절 주폭과의 전쟁을 통해 100명 넘게 구속을 시켰다. 지난해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국가생산성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동네마다 쉬쉬하며 신고도 못했던 주폭 대상자를 엄하게 조치하자 주민들도 호응했고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주폭 단속 방법에 대해 "상습적이라는 것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충북에서도 처음엔 경찰관들조차도 단속 대상이 아니라며 풀어줄 만큼 그 심각성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31개 서울 시내 경찰서에 전담 팀을 만들어 술을 마시고 꾸준히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모으고,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주변인들로부터 이를 확인하는 등 입체적, 종합적 수사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청장의 독려로 인해 일선에서 과잉 단속 및 처벌로 인해 전과자가 양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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