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족과 귀족들 무덤이 모여 있는 경주 쪽샘지구에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관모(지배계급이 쓰던 모자 모양의 관)의 앞, 뒤, 정수리에 꽂던 금동제ㆍ은제 장식 풀 세트가 처음으로 나왔다. 5세기 백제 유물은 관식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으나, 신라 관식은 그동안 앞꽂이만 출토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황오동의 쪽샘 E지구 41호 고분에서 이 관모와 관식을 비롯해 은제 허리띠 장식, 손잡이에 나뭇잎과 고리 모양 장식이 달린 큰칼, 출(出)자 무늬를 새긴 굽다리 긴 목 항아리(대부장경호), 금제 귀걸이, 유리구슬로 된 가슴장식 등을 발굴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관모와 관식은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서 나왔다. 앞꽂이 장식은 V자형으로 벌린 새 날개 모양인데, 황남대총 등 신라의 다른 고분에서 나온 것과 형태가 같다. 뒤꽂이는 사각형에 가깝고, 정수리에 꽂는 장식은 뾰족한 침 모양이다.
이 유물들이 나온 41호 고분은 봉분 높이 23m의 돌무지덧널무덤(시신과 부장품을 넣은 나무곽 외부에 돌을 쌓아 올린 뒤 흙으로 덮은 무덤)으로, 시신을 안치하는 주곽(길이 5.5m 너비 3.3m)과 각종 부장품을 넣는 부곽(길이 3.5m 너비 1.4m)이 나란히 붙어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주곽과 부곽이 완전한 형태로 남은 신라 고분이 확인된 것도 1970년대 황남대총 천마총 금관총 같은 대형 적석목곽분 발굴 이후 처음”이라며 “이 무덤과 출토물은 5세기 후반~6세기 초 신라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 성과를 소개하는 현장 설명회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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