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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야의 각각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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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야의 각각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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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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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 중반, 끝내기를 금과옥조처럼 지키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바둑에서는 처음부터 난타전을 벌이는 일도 드물지 않고 바둑판의 절반쯤을 비워두고 대마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마디로 정형화된 틀, 관행과 범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현대정치도 이런 파격이 있어 더 재미있다.

새누리당이 마무리한 당 정상화 작업의 결과로 황우여 당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대선 7개월을 앞두고 갖춘 진용이므로 대선 포석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석 치고는 옹졸하다. 폭도 좁고 중복이다. '수도권 당대표에 영남권 원내대표'카드는 평상적 시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시상황에서는 한가하기 그지없는 선택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상투적 방식으로 해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정말 생각하는 걸까.

박근혜는 '포석-중반-끝내기'같은 도식에 얽매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메이커도 보완재도 없이 혼자 힘으로 정면돌파하려는 것 같다. 일리 있다. 여러 사람이 거들어 봐야 번잡하기만 할 뿐 실제로 표로 되어 돌아올 것 같지 않다면 차라리 단촐하게 필마단기로 나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무공이 출중한 효웅이라도 본대와 떨어져 너무 앞서가다 포위당하면 진퇴유곡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앞서가되 지나치지 않고, 이끌어가되 너무 늦추지 않아야 하는데 그 속도 감각을 유지하지가 쉽지 않다. 앞서 가고 있는 선두주자의 어려움이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야권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번잡함을 따질 겨를이 없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동원해서라도 시너지를 높이지 않으면 아예 싸움이 안 될 수 있다. 대권주자들 뿐 아니라 당지도부의 면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이해찬-박지원으로 짜여 질 것인가. 안철수-문재인 공동정부론이 안철수를 민주통합당으로 묶어 내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인가. 문재인-김두관-손학규 각축전이 민주통합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모아낼 것인가. 그렇다. 민주통합당은 포석, 중반, 끝내기 모두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가는 처지이므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두에 능한 '올 마이티'가 없다면 최적의 조합으로 역할분담을 해서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

4ㆍ11총선은 새누리당의 박근혜에 맞서는 야권이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내지 못해 패배한 선거였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야권이 합체로봇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역할분담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박근혜와의 1대 1 대결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야권주자들이 박근혜를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것을 4ㆍ11총선은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전국에서 한꺼번에 다발적으로 치러지는 총선과는 달리 1대 1 대결로 치러지는 대선은 이 같은 불균형 양상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박근혜와의 불리한 1대 1 대결구도를 피하고 역할분담을 통해 공동대응을 하기 위한 당차원의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르겠거니와 계속되는 담합논란 속에서 균열만 심화시킨다면 이는 말 그대로 파괴적인 이적행위로 귀결될 수도 있다. 담합은 담합구도에 포함되지 못하는 여타 세력의 직간접적 반발을 필연적으로 불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야권이 민주통합당의 전대를 거치면서 통합과 혁신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더 한층 파멸적인 분열과 담합의 길로 나아가게 될지 역사적 분기점이 다가오고 있다. 역사가 보여주는 바는 통합과 혁신의 길만이 살길임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때 조차도 분열과 담합의 길이 선택된 때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대권주자, 당 지도자, 당내외 주요 정치세력의 합리적 선택만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의 선택이 중요하다. 국민의 뜻, 민심을 무겁게 알고 당내 정치역학을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 당원, 지지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기다려진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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