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제주도.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6회째를 맞이한 한중작가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양국 문학의 소통과 이해'라는 주제로 양측에서 사십여 명이나 되는 문인들이 모여든 가운데 올해 처음 이 자리를 함께하게 된 나는 평소의 못된 버릇을 감추지 못한 채, 게다가 개중 나이도 가장 어리다는 어리광으로 진지한 문학 토론의 장보다 가벼운 인간 뒷담화의 장에서 망아지처럼 뛰노는 중이다.
익히 이름을 들어왔던 중국의 유명 시인에게는 선망의 눈초리를, 몰랐으나 예리한 비평에 필력으로 번역된 시 앞에서 나를 입 쩍 벌리게 만든 낯선 시인에게는 관심의 제스처를 취해가며 말이다.
서로의 시를 번갈아 낭독하고 서로의 시에 대한 인상을 솔직히 토로한 뒤 혹여나 품었을 의문점을 차차 해소해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의 우리들, 문학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낯모르는 이들 앞에서 제 살아왔고 제 살아가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
편집자를 겸하고 있다는 중국의 한 작가가 내게 명함을 달라기에 건넸더니 대번에 내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발음해 읽는다. 아, 맞다, 우리는 한자를 공유하는 민족이었지. 영어라면 불쑥 들리는 단어 하나에도 힌트를 얻는다만 중국 측 작가들의 저녁 테이블에 혼자 끼어 졸지에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고 보니 문득 그 옛날 문익점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것 봐, 예부터 난 사람은 딱 한 사람, 정해져 있다니까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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