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38)이 2011~12 시즌을 마친 뒤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적인 아픔과 지난 시즌 부진으로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또 많은 나이가 은퇴 위기로 몰아 넣었지만 이대로 유니폼을 벗을 수 없었다. 선수 생활 의지가 강했고, KT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KT와 FA 계약을 마친 서장훈은 21일 서울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오랜 시간 조용히 있었는데 팀도 옮겼고, 하고 싶은 두 가지 말이 있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며 "KT에서 1년만 더 뛰고 은퇴하겠다. 또 연봉 1억원과 개인적으로 1억원을 보태 총 2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 현재까지는 모교인 연세대에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기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장훈은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다. 그러나 악몽 같은 시즌이었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까지 겹쳤다. 농구가 내 인생의 전부인데 남은 인생을 악몽의 기억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1년을 더 뛰면서 명예 회복도 중요하지만 그 동안 받은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KT는 조직력의 농구를 한다. 5명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빙 오펜스'를 추구한다. 활동 반경이 적은 서장훈의 플레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 받지 못할 수 있다. 서장훈은 "훌륭한 지도력을 갖춘 전창진 감독의 지시에 따라 기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맞추도록 노력하겠다. 봉사한다고 해서 코트에서 올스타전처럼 뛴다는 것은 아니다. '코트는 전쟁터'라는 나의 농구 철학을 갖고 예전처럼 뛰겠다. 농구는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스포츠"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서장훈은 1974년생 동갑내기 추승균(KCC)과 정선민(국민은행)이 은퇴한 것에 대해 "각자 사정이 있다. 나이가 같다고 단체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KT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서장훈은 "따뜻하게 맞아줘 너무 고맙다. 마지막 기회를 준 KT와 전창진 감독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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