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이다. 새 시리즈 제작에 들어간다는 설이 무성했고, 정작 촬영은 힘들 것이라는 풍문도 떠돌았다. 5년 만에 만들어져 뒤늦은 속편이란 우려 속에 썩 나쁘지 않은 평을 들었던 2편보다도 제작과 개봉 환경은 더욱 불리해졌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 하지 않던가. 더 이상 진행시킬 이야기가 없을 듯하고, 추억의 공상과학 영화 느낌까지 던지는 '맨 인 블랙3'는 시간 죽이기 용으로 나쁘지 않은 팝콘무비다. 특이한 외계생물체를 보는 재미는 여전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목젖을 뜨겁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윌 스미스의 개인기에 의지해 그 효과를 2배쯤 더 키운 유머는 본전 생각을 잊게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박진감이 넘치고 속도감 있다. 달 감옥에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외계 악당 보리스의 탈옥과 음모로 이야기의 시동을 건다. 1969년 외계인 관리 비밀기관 MIB의 요원 케이(토미 리 존스)에게 팔 하나까지 잃으며 체포됐던 보리스는 복수를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 과거 속 케이를 제거하고 지구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보리스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면서 케이의 존재는 현재에서 사라져버린다. 난데없이 짝을 (모든 사람의 기억과 기록에서까지)잃은 제이(윌 스미스)는 젊은 케이(조쉬 브롤린)를 살리기 위해 역시나 과거로의 여행에 나서고 갖은 풍파를 겪으며 임무를 완수하려 한다.
영화의 상당부분은 1969년이 배경이다. 당대의 풍경과 현대인에겐 구식으로 보이는 첨단 장비가 관객에게 재미를 준다. 팝아트의 대명사 앤디 워홀이 사실은 외계인 감시를 위해 암약하는 MIB 요원이라는 설정, 제이와 케이의 인연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는 뒷이야기 등이 흥미를 돋운다. 재치있는 대사와 감동을 섞은 유쾌한 설정 덕분에 상영시간 106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1편부터 죽 메가폰을 잡아온 배리 소넨필드 감독은 "좋은 시나리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영화 제작이 늦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90년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떠올리게 할 시간 여행은 그리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물론 제이가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몸을 던지는 시간 여행 방식은 꽤나 웃긴다) 미래를 내다보는 외계인 그리핀(마이클 스털버그)이 제이와 케이를 돕는 모습은 예지력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어쩔 수 없이 연상시킨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백 투 더 퓨처')하고 연출('마이너리티 리포트')한 작품들을 닮았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맨 인 블랙'은 스필버그의 기획으로 출발했다.
극장 문을 나설 무렵 작은 의문이 남는다. 1969년 이미 29세인 케이가 2015년에도 여전히 현역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를 보다 보면 제이의 나이도 대충 가늠(50대 초반쯤)할 수 있는데 스미스의 얼굴은 꽤 동안이다. 너무 늦게 도착한 속편이라서 벌어진 엉뚱한 상황일까. 감독도 좀 민망했는지 작전 수행 중이던 제이의 입을 통해 이런 대사를 던진다. "나이 들어서 이 짓도 힘드네요." 3D로도 상영한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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