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수입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수입ㆍ유통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바람에 소비자가격은 여전히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의 시장 독과점 탓인데, 유럽산 전기다리미의 소비자가격은 수입가격의 2배를 넘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에 수입된 EU 브랜드 전기다리미 41개 모델의 유통단계별 거래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3만6,600원에 수입된 이들 제품의 도매 및 소매가격은 각각 5만4,103원, 8만4,027원이었다. 유통수익이 무려 130%에 달하는 셈이다. EU산 전기다리미는 작년 7월 1일 한-EU FTA 발효에 따라 8% 관세가 철폐됐다.
왜곡된 가격구조는 수입 전기다리미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수입업체는 세브코리아(테팔, 로벤타 수입), 필립스전자(필립스) 등 2곳에 불과하다. 또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제품 전문점 등이 국내 판매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어 이들이 결정한 가격이 바로 시장가격이 되는 구조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입 전기다리미의 경우 대형마트 가격이 백화점보다 싸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독과점 수입업체가 대형마트와 가전제품 전문점, 백화점 등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동일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22.8~48.0% 싸게 파는 오픈마켓 등 인터넷 상거래를 대항마로 내세울 방침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구입해도 수입업체가 애프터서비스(A/S)를 책임지는 등 큰 차이가 없다”며 “현재 5% 정도에 불과한 오픈마켓 판매를 더욱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수입업체들이 인터넷 판매를 방해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전동칫솔 전기면도기 프라이팬 위스키 등 FTA 발효 이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품목들의 유통단계별 가격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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