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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유소까지 접수한 조폭 유사석유 5년간 1100억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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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유소까지 접수한 조폭 유사석유 5년간 1100억 팔아

입력
2012.05.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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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들이 동네 주유소까지 점령하고 있다. 그 동안 유흥업소, 불법 오락실, 사채 업체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던 이들이 유사 석유(가짜 기름) 제조와 유통 그리고 주유소 영업을 새로운 자금 확보 통로로 활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서울 광진구, 인천 부평, 경기 김포 등 수도권에서 19개 주유소를 운영하며 2005년부터 1,100억 원어치 유사 석유 7,000만ℓ를 팔아 조직 운영 자금으로 쓴 혐의로 '봉천동 식구파' 행동 대장 김모(41)씨 등 10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지금까지 유사 석유 제조 및 유통에 폭력 조직이 관련된 사실이 사법당국에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제조 전문가를 동원, 용제류, 벤젠, 톨루엔 등을 넣어 만든 유사 석유를 주유소로 몰래 옮겨와 5 년여 동안 판매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 지하엔 이중연결배관, 모터펌프, 리모컨 수신 장치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현장단속을 피했다. 이들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숨겨왔고 수 백 대의 대포폰으로 유사석유를 은밀히 거래해왔다.

조폭들이 가짜 기름 사업까지 뛰어들게 된 것은 큰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유소 1곳이 월 평균 20만ℓ(2만4,000ℓ짜리 탱크로리 8대 분량)의 석유 제품을 판매하는데, 유사 석유를 팔 경우 2억∼2억5,000만원을 더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정상적인 석유를 파는 주유소의 경우 탱크로리 한 대의 기름을 팔 경우 남는 이익은 약 200만원이지만 유사석유는 월 3,5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관계자는 "워낙 이권이 크다 보니 주유소를 차지하기 위해 조폭들 사이에 패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정상적인 주유소가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유사 석유를 대량으로 파는 조폭 주유소가 가격을 후려치면 경쟁을 견디지 못한 주변 주유소는 문을 닫고 조폭들이 이를 인수하는 식"이라며 "척 봐도 성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항의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폭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기름 값 인하를 이유로 밀어붙이고 있는 알뜰주유소로 바꾸고 있다는 소문까지 업계에서 나돌고 있다.

더욱이 단속에서 처벌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처벌 강도도 약해 조폭이 주유소를 운영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석유관리원이 유사석유 판매단속 권한을 갖고 있지만 사법권이 없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경찰은 또 법원 영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발단계에서 단속까지 최소 두 세 달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처분 권한을 지닌 지방자치단체도 과징금 부과로 처벌을 가름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 석유를 팔면 주유소 1곳 당 월 2억∼3억 원을 버는 반면 단속에 걸려도 5,000∼6,0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된다"며 "심한 경우 영업정지를 받아도 '바지 사장'을 내세우고 간판을 바꿔 영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법 개정으로 15일부터 유사 석유를 팔다 적발되면 시설 봉인을 할 수 있게 됐고, 지자체도 무조건 영업 정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하지만 조폭들은 갈수록 덩치를 키우며 치밀하게 나서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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