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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앞두고 마지막 육성 일부 공개/ "나는 봉화산 같이…홀로 돌출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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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앞두고 마지막 육성 일부 공개/ "나는 봉화산 같이…홀로 돌출된 산"

입력
2012.05.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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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봉화산은 큰 산맥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된 산이야."

2009년 4월2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참모들과의 '진보주의 연구모임' 회의를 마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렸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서서히 목줄을 죄어와 고립무원이 된 그의 심경이 외로이 서 있는 봉화산과 겹쳐진 것.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가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외부와 소통했던 마지막 창문마저 닫은 날이었다. 그는 한 달여 후인 5월 23일 자신과 동일시 했던 봉화산 부엉위 바위에서 투신했다.

노무현재단(www.knowhow.or.kr)이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21일 재단이 제작한 팟캐스트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 육성을 최초로 공개한다. 재단은 앞서 20일 내용 일부를 6분 분량의 '미리 듣기' 형식으로 사전 공개했다. 여기에는 2009년 4월 22일과 5월 19일 회의에서 했던 그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먼저 4월 22일에는 검찰 수사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심경이 담겨 있다. 그는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는 곳에서 해방되는구나 하고 돌아 왔는데…, 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것은 여기(봉하)를 떠나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왔다"며 온갖 의혹으로 누더기가 된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한탄했다. 또 "지금은 희망이 없어져버렸어", "대세가 기울어진 싸움터에서는 빨리 빠져나가야 돼"라는 대목에선 당당했던 대통령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4월 30일 그는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5월 19일 열린 마지막 회의는 연구모임을 해산하는 자리였다. 그는 나흘 뒤 투신 결심을 굳힌 듯, 참모들에게 "자네는 앞으로 먹고 살 길이 있는가"라며 참모들의 생계와 앞날을 걱정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젤 절박한 것이 밥그릇이 없어지는 것이거든. 사람이 자존심 때문에 말하길 어려워하고, 그런 사람들을 좀 고려해서 혼자 버틸 수 있다면 좀 버티고, (중략)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하나 주게. 이 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들 해나갑시다."

재단은 21일 15분 정도의 노 전 대통령 발언을 포함,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공동사회로 1시간짜리 팟캐스트 방송을 한다. 여기에는 노 전대통령의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과 '노무현의 눈물' 등의 문구를 만든 카피라이터 정철씨도 출연해 뒷얘기를 들려준다.

노무현재단 안영배 사무처장은 "홈페이지 폐쇄한 날과 마지막 회의 날이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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