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20일 신당권파 중심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오병윤 당선자(광주 서을)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원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로써 통합진보당에는 '한 지붕 아래 두 비대위'가 공존하는 정당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원 비대위는 혁신비대위가 제시한 경쟁 명부 비례대표 사퇴 시한(21일) 직전에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분당(分黨)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 당선자는 이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에게 있고, 혁신비대위는 절차상 하자를 안고 출범했다"며 "당원비대위를 중심으로 진실을 규명해 당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당원비대위는 유선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집행위원장에,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당선자를 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사무총장 격인 집행위원장과 대변인까지 별도로 내세움으로써 당원비대위는 확실히 '딴 살림'을 차린 셈이다.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김선동(전남 순천ㆍ곡성) 이상규(서울 관악을) 당선자도 당원비대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비대위는 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를 겨냥해 "허위와 날조"라고 비판하면서 별도의 진상조사와 함께 당원 공청회 및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내세워 원내활동도 독자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국회 개원 협상부터 두 개의 비대위가 주도권 다툼을 벌일 공산이 커졌다.
혁신비대위는 당원비대위 구성 자체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이정미 대변인은 "당의 공식 기구가 비대위 명칭을 쓰고 있는 만큼 (당원비대위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혁신비대위는 당원비대위에 참여하는 당선자나 주요 당직자들을 당기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야권 원로 모임인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멤버들도 이날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을 만나 "통합진보당의 재창당은 진보 전체가 대대적인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며 "국민의 요구는 단순한 봉합이나 내부 정치관계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쇄신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주문한 뒤 혁신비대위를 지지했다.
강 위원장은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어려운 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당심을 하나로 모아내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는 양길승 6월 민주포럼운영위원장, 박재승 전 변협회장, 김상근 목사,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대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황인성 시민주권공동대표, 백승헌 전 민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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