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리가 주택융자금을 갚지 못해 집이 강제매각된 것을 놓고 공방이 뜨겁다. 공화당에도 가난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왔다는 반응에서부터, 그가 동정은 받을 수 있어도 훌륭한 정치인은 못된다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가 인터넷에 이어지고 있다.
리 의원은 2008년 11월 110만달러를 주고 솔트레이크시티에서 60㎞ 가량 떨어진 알파인에 집을 장만했다. 이후 주택 버블이 꺼져 담보 부족이 발생했지만 직업이 변호사라서 버틸 만했다. 그 뒤 상원에 출마한 그는 정부가 수입 범위 안에서만 지출해야 한다는 균형예산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그러나 2011년 1월 상원의원에 취임하자마자 그는 재정상태가 더 꼬이면서 상환불능에 빠져 들었다. 상원의원 연봉이 변호사 시절 보수 수십만달러 보다 훨씬 적은 17만4,500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택을 개량하고 부동산가격이 조금 반등한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주변 주택들에 압류와 경매가 이어지면서 시세는 계속 하락했다. 운영하던 법률회사마저 부도가 나자 리 의원은 담보은행에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JP모건체이스는 리 의원이 변제 능력이 없다고 판단, 그의 집을 강제 매각해 융자금으로 대체키로 했다. 이렇게 해서 리 의원의 집은 72만달러에 팔렸고 담보은행은 38만달러를 손해봤다. 리 의원은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계약금을 몰수당했다. 리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통스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고 경험을 토로했다. 리 의원의 가족인 부인과 세 자녀는 알파인에 집을 빌려 살고 있는데, 당분간 셋방살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부동산 거품에 시달리는 미국 사회의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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