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70)씨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건평씨 관련 계좌에서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발견됐다'고 공표한 데 대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놓고 검찰이 성급한 발표로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의 정도를 벗어난 '여론 떠보기식' 행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건평씨를 지난 15, 17일 두 차례 소환해 변호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친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김기현)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건평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을 발견, 돈의 출처와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씨의 비리 혐의 수사 막바지에 터진 이 뭉칫돈 의혹의 실체를 놓고 언론 등을 통해 갖가지 의문이 증폭됐다. 노씨는 20일 "검찰 수사는 정치적인 기획수사"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 주인으로 지목된 노씨의 지인도 "사실무근"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노씨의 변호인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검찰을 고발하겠다"고까지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막상 논란이 확산되자 언론의 확인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고 브리핑도 갖지 않는 등 접촉 자체를 피하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뭉칫돈의 진짜 계좌 주인을 밝히는 데 10여일 정도가 걸릴 것 같다"고만 말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의 틀이 갖춰지기도 전에 여론을 떠본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 등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인데도 뭉칫돈의 실제 주인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건평씨를 계좌 주인으로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수사 절차상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뭉칫돈의 규모와 사용처, 조성 경위, 관련자 조사등을 거친 뒤 언론에 발표하는 게 순리인데도 검찰은 이번 경우 '수사 초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심스러운 계좌' '수백억원대 뭉칫돈'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의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처럼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서둘러 뭉칫돈 의혹을 언론에 흘린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3주기(23일)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나 친노 세력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뭉칫돈 의혹이 불거진 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문제는 제쳐놓고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문제를 끄집어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비난도 줄을 이었다.
검찰은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23일 이후 노씨를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노씨는 경남 통영시의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받게 해준 대가로 건설업체에서 9억원을 수수하고, 자신이 소유주인 업체의 자금 수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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