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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13> 우남칠 연세대 교수 → 김준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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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13> 우남칠 연세대 교수 → 김준 서울대 교수

입력
2012.05.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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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온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과학 외교관'이라고 추천한 우남칠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가 이번엔 '비전을 심어준 과학자'라며 김준 서울대 지역시스템공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이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요?"

강단에 선 김준(53) 서울대 지역시스템공학과 교수가 '하이드로 코리아'에 참여한 대학 교수, 박사급 연구원 30여명을 앞에 두고 물었다. 하이드로 코리아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물 순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아보자며 김 교수가 여러 분야 물 전문가를 모아 2004년 시작한 통합연구 프로젝트다.

그가 번쩍 치켜 든 사진에는 눈 덮인 산꼭대기에 오른 한 사람이 먼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다만 "각자 사진을 보며 생각한 비전을 계속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난 그 사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꼭대기에 선 저 사람은 산맥을 보고 있다. 각기 독립적인, 툭 튀어나온 산봉우리가 끊임없이 이어진 산맥처럼 서로 다른 연구라도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지 않을까.'

당시 난 내 전공(지하수)이 아닌 다른 전공의 과학자와 같은 주제로 공동 연구를 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마치 경주마처럼 내 눈 앞에 놓인 연구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2007년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지금은 내 연구가 다른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최근엔 지진이 지하수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지진 발생 전후에 지하수가 출렁이면서 수위가 달라진다는 가설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일본 대지진과 맞물려 방송도 탔다. 예전 같았으면 '지하수와 지진이 무슨 관련이 있어?'라며 지나쳤을 일인데, 이제는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구의 폭도 넓어졌다. 지금은 학생들과 지하수와 기후변화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교수가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뭘까. 실험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주는 일? 좋은 실험값이 나오게 북돋아 주는 일?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난 비전을 심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어떻게 하면 뛰어난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만 하다간 현실에서 유리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라는 작은 퍼즐이 사회라는 전체 밑그림을 완성시키는 데 왜 중요한지 생각해보는 게 좋다.

언젠가부터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 김 교수를 만난 이후로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을 통한 섬김과 봉사'라는 그의 연구철학이 내게도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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