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의 한 시골 마을에 초보 농사꾼 박의웅(71)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열다섯 살 때부터 평생 트럼펫을 불어 온 할아버지는 지난해 5월 아내와 함께 귀농했다. 이제 막 시작한 농사일은 서툴고 어렵기만 하다. 작년에는 사과 농사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힘든 시골 생활이지만 이런 할아버지에게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으니 일과 후 자신이 만든 밴드 '터울림'과 함께 연습하는 것이다. EBS '아름다운 소원'은 21,22일 오전 6시 30분에 2부작 '시골 밴드, 화려한 외출'에서 초보 밴드의 첫 무대 도전기를 방송한다.
농사일을 끝내고 바삐 어디론가 향하는 부부를 따라가니 갓 음정을 익힌 아마추어부터 수준급 실력의 프로까지 의성 토박이들로 구성된 예술단 '터울림'이 기다리고 있다. 할아버지는 여기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단원들은 모두 평생 농사꾼으로, 직장인으로 평범하게 살아온 이들이다. 색소폰, 트럼펫, 드럼, 신시사이저는 물론이고 편곡자까지 갖춘 예술단이지만 실력은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내와 군악대 후배 구본학씨와 함께 공연구성 회의도 하고 악기의 개인 지도도 하고,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의 몫이다.
낮에 내내 농사일을 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단원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연습에 매진한다. 그렇지만 아직 무대에 오르기에는 부족하다. 5월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할아버지는 공연장소 섭외에 홍보물 제작까지 마쳤는데도 합주가 뜻대로 안되자 마음이 급해진다. 거기다 농사일이 바쁘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로 단원들이 연습에 빠져 할아버지는 속이 탄다. 나이도, 직업도, 실력도 천차만별인 의성 아마추어 밴드가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까. 우여곡절 많은 그들의 첫 무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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