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로 발생한 만 15~19세 청소년 결핵환자가 2,030명, 학교로는 1,000개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길고 입시스트레스가 심한 고교생들에게 결핵은 후진국에서나 발병하는 '가난의 질병'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뾰족한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신고된 결핵환자 3만9,557명 중 2,030명이 15~19세였다. 15~19세 청소년의 결핵발병 비율은 10만명당 59명으로, 전체 평균인 10만명당 80명에 비해 74% 정도지만, 청소년기의 질병발병은 워낙 적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다고 할 수 없다.
실제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발병하지 않은 잠복결핵감염인은 1,500만명으로 국민의 30%에 이르는데, 10대는 평균 1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최근 결핵환자가 4명 발생한 경기 고양외고(본보 18일자 2면)에서는 2학년 471명 중 128명이 잠복결핵감염자였다. 잠복결핵감염자는 본인 선택에 따라 3,4,9개월 요법으로 3알씩의 약을 복용하면 추후 90%까지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올해에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5~6개 학교에서 2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해 질병관리본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중학생까지는 예방접종 효력으로 한 해 발병자가 총 20여명 안팎으로 적지만, 고교생부터는 급증한다. BCG접종은 소아에게만 효력이 있어, 청소년기에 맞아도 소용이 없다.
고양외고 사건에 대해 정부는 "늘 있는 일""매뉴얼대로 했다"는 말만 반복하며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0대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의사는 관리망에 반드시 인적사항과 학교명을 입력해서 보건소에 통보한다"며 "학생 1명이 결핵에 걸리면 반 전체를, 2명은 학년 전체를, 3명은 전교생을 검진하도록 돼 있고 그에 맞춰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뉴얼대로 했는데도 학생 4명 중 1명이 감염된 고양외고 사태에 대해 학부모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1차적 책임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취합을 안 해서 학교 결핵발생 총 건수는 알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여부를 알 수 있는 엑스레이 검진은 중1, 고1 때만 실시한다. 또 보건소에서는 학교에 결핵환자가 1년에 1명 발생하면 심각한 일로 보지 않고 교육청에 해당학교를 통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1년부터 전국 결핵신규 발생환자가 매년 3만명을 넘기고 있는데도, 복약 확인시스템 등은 올해에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결핵후진국으로 분류하고 미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한국인에게 결핵검진증명서를 요구할 정도다.
학생들은 입시전쟁 속에서 결핵에 걸리면 장기간 약을 복용하며 성적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학부모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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