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국민들의 비판과 당내 압력에도 불구하고 퇴진을 거부하며 거세게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안팎에선 불투명한 당원명부와 회계장부가 신당권파의 수중으로 넘어갈 경우 자신들의 치명적인 치부가 드러날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신당권파 관계자는 18일 "구당권파가 사활을 걸고 저항하는 배경에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자신들이 틀어쥐고 있던 '돈(회계장부)'과 '사람(당원명부)'을 신당권파에게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과 불법 관행이 드러날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유령당원과 당비 지출 내역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원명부에는 유령당원이나 당비 대납, 회계장부에는 경기동부연합 등과의 불투명한 재정 거래 내역 등이 담겨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비례대표 사퇴 여부를 놓고 당원 총투표 실시를 주장한 구당권파에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당원명부부터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과 특별당비 등 회계와 조직을 관리하는 통합진보당의 핵심 기관은 '사무총국'이다. 북한 군부의 '정찰총국'을 연상시키는 표현이어서 기성정당에선 낯선 표현이기도 하다. 사무총국은 실제로 2006년 광주•전남연합 출신인 김선동 사무총장 체제가 들어선 뒤 6년 동안 구당권파의 전유물이었다. 분당 사태 이후인 2008년에는 범경기동부연합 출신의 오병윤 사무총장 체제가 들어섰고 2010년에는 경기동부연합의 장원섭 사무총장 체제로 승계됐다.
구당권파는 현재 법정소송까지 불사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구당권파 관계자는 "법적 투쟁과 당원 비대위 구성 등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신당권파가 주도하는 혁신비대위의 횡포에 맞설 것"이라며 "우선 중앙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혁신비대위 업무정지 가처분소송, 중앙위 속기록 및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로그기록 증거보전신청 등 3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위 결의 자체를 무효화함으로써 19대 국회 개원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수백명이 참여하는 당원 비대위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구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자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신당권파의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사퇴 요구 및 출당 검토에 대해 "당이 분당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분당 국면이 현실화될 경우 신당권파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한 사전 공세인 셈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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