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년 연속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18일 열린 32주년 기념식에는 대통령 기념사도 보내지 않아 '5·18 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8년에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2010년과 2011년에는 대통령 기념사를 총리가 대독하게 했다.
민주통합당 광주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이 4년 연속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은 민주화에 대한 대통령의 천박하고 오만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수만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최근 이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해 민주화를 운운했으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성토했다. 야권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임기 내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과 이 대통령의 불참을 대비시켰다.
이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임기를 시작할 때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너무 많은 만큼 주요 행사는 임기 중 한 차례씩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며 "총리가 참석하는 행사여서 총리 명의의 기념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념사를 보내지 않은 것과 관련, "의전상 총리가 참석하면 총리 메시지를 내는 게 관례로 2009년에도 그렇게 했다"며 "2010년과 2011년 총리가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한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기념식을 준비하는 쪽의 요구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이번에는 총리가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할 경우 자리에 일어서는 등의 방법으로 이 대통령의 불참에 항의 표시를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시간에 태국 네팔 모잠비크 등 6개국의 주한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편 여야 대선주자들도 전날에 이어 이날 광주를 잇따라 찾았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민주당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 등은 이날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17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민주열사 추모제에 참석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14일 광주를 미리 찾았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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