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이석기 당선자의 대응 전략이 확 바뀌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침묵하면서 상황을 관망하던 그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선 은둔자의 이미지를 벗고 국회 입성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고도의 노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당선자는 17일 라디오 방송과 TV방송 등에 세 차례 출연했다. 그는 이달 초 진상조사단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에는 일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며칠간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11일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종북(從北) 운운하는데 종미(從美)가 훨씬 더 문제" 등의 언급을 했다. 그는 이어 종종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자신의 입장을 내놓다가 라디오와 TV에 적극 출연해 적극적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억지성 주장이나 황당한 궤변이 많긴 했지만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수습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 주장했다.
이 당선자는 나름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이 같은 노출 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신당권파 당직자는 "그렇잖아도 종북이니 주사파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국민들의 의혹만 깊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3대 세습이나 주체사상, 핵 실험 등에 대해 "반대한다"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아 "국민 의혹을 전혀 풀어주지 않고 본질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당직자는 "이 당선자가 '신당권파가 폭력을 유발했다' 등의 주장을 하는 등 공세에 나선 것은 구당권파 진영을 향한 공개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특히 이 당선자가 비례대표 사퇴 문제와 관련해 파국 운운한 대목을 거론하며 "경기동부연합이나 구당권파 진영을 향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당선자가 계산된 속셈으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18일 아침 한 라디오 방송 출연을 약속했다가 전날 밤늦게 취소한 것을 두고 "강기갑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에 불응한 이유에 대한 답변이 군색해질 것으로 우려해 의도적으로 출연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불리한 상황에는 굳이 응하지 않더라도 당분간 자신이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 전파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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