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오랜 숙원이었던 유럽연합(EU) 가입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취임으로 청신호가 켜졌다.
터키는 2005년부터 EU 가입 협상을 시작했지만, 프랑스 등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반 이슬람 정책을 내세운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외교ㆍ경제적 이유로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EU 회원국이 되는 데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1차 대전 당시 아르메니아 학살사건으로 갈등을 빚은 터키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속셈도 깔려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루 터키 외무장관은 좌파 성향의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올랑드 대통령 취임으로 터키와 EU의 새로운 관계에 동력이 생기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U는 17일 터키와 협상을 재개하면서 화답했다. 터키 정부와 비공식 협상을 한 스테판 퓰레 EU 집행위원은 "긍정적인 의견을 나눴으며, 터키와 EU의 관계가 선순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부터 EU와 터키는 관세동맹을 통해 부분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고, 터키의 EU 수출량도 40%를 넘는 등 경제분야에서 끈끈한 동맹을 맺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지난해 터키의 경제성장률도 8.9%로 눈부시다. 최근 터키는 시리아 유혈사태 해결과 관련, EU에 적극 협력하는 등 외교ㆍ에너지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가 충족해야 할 EU 가입 요건은 만만치 않다. 회원국이 되려면 EU 법규의 35개 항목에 걸쳐 자격 평가를 받아야 한다. 터키 국내법과 EU의 기준이 상충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
키프로스와의 갈등도 걸림돌이다. 키프로스섬은 74년 그리스계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 정부가 터키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북부를 점령해 남북으로 분리됐다. EU는 회원국을 만장일치로 뽑기 때문에 키프로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EU 가입에 드는 비용 부담도 크다. BBC방송은 터키가 EU의 가입요건을 충족하려면 1,000억유로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국 국제개발위원회는 올해 영국이 EU의 요건 충족을 위한 터키 지원금으로 8억6,000만유로를 썼다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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