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60)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은 “식구가 여럿”이라고 했다. 결혼이주여성인 몽골 출신 온두라(30)씨 가정과 3년 째 결연을 맺고 있고, 멘토로 있는 가출청소년 남매는 친자식과 다름없다고 했다. 특히 온두라씨 가정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여성가족부 차관 시절 “좋은 정책을 만들려면 실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알고 지냈는데, 어느새 한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얼마 전 온두라씨의 남편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는데 필요한 복잡한 서류 준비를 도운 것도 김 이사장의 부인이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온두라씨의 네 살, 여섯 살짜리 아들들을 맡아 주기도 한다. 온두라씨가 김 이사장 부부를 “어머니, 아버지”로 부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김 전 차관은 17일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1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문화가정의 이주배경청소년이나 탈북청소년이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동등한 가족, 친구, 이웃이 될 때까지 더 많은 가정과 청소년들의 멘토로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은 ‘이주배경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공존과 통합의 다문화 국가 실현’을 위해 2006년 여성가족부가 설립한 비영리재단법인이다.
30년 가까이 기획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해 ‘재정통’으로 불리는 김 이사장은 정작 여성부에선 1년이 조금 넘게 일했다. 그러나 기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여성부에서 가출청소년,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을 위해 일하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가출청소년 쉼터를 찾아가 아이들의 멘토를 자처했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경제 교육을 담당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날이 갈수록 경제는 발전하고 있지만 가정 파괴는 심각해지고 있어요.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10년 후 ‘사회의 짐’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으로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 연말까지 800명의 탈북자 가정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집중 교육해 이들이 학교나 일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주배경청소년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인 사회적 캠페인을 벌이는 일도 구상중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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