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앙갚음을 하기 위해 학교 복도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려 해 비난을 사고 있다.
17일 오전 8시40분쯤 부산의 한 고등학교. A(16)양은 남자친구 문제로 B(16)양과 카카오톡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5층 화장실에서 만났다. 설전을 벌이다 A양은 B양의 뺨을 한 대 내리쳤다. A양과 헤어지고 B양을 사귀는 C(16)군은 이를 목격하고 손바닥으로 A양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 폭행했다.
자리로 돌아간 A양은 분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30㎝ 길이의 과도를 꺼내들었다. 조리과 학생들에게 지급된 실습용 과도였다. A양이 흉기를 들고 복도로 나가 비명을 지르자 놀란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쏟아져 나오며 학교는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들은 A양을 힘으로 제지했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교사들은 흉기를 빼앗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고 사실을 교육청에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덮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관계자는 경찰조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외부로 알려져봐야 학생들에게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8일 격분한 학부모 단체가 관련 사실을 언론에 제보해 이 사실이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문을 걸어 잠근 채 A양을 말려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했다"며 "적어도 교육청에는 보고했어야 마땅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상호 처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경찰 수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며 "21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자체 규정에 따라 관련 학생들을 전학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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