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골리앗의 수성이냐, 신흥 공룡의 입성이냐.'
인터넷 패권을 놓고 두 거대 기업들의 빅매치가 시작됐다. 세계 인터넷 업계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해 온 구글에 강력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로 무장한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를 성공리에 마치고 도전채비를 끝낸 것이다.
페이스북은 17일(현지시간) IPO 최종 공모가격이 주당 38달러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미리 제시됐던 34~38달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페이스북은 총 184억 달러(2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공모가격대로라면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1,040억 달러가 된다. 구글 시가총액(2,03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 페이스북 지분 24%를 보유한 마크 주커버그 창업자는 191억 달러(스톡옵션 포함)의 돈방석 위에 앉게 됐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보다 많고 IT 분야 전체를 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 이어 2위에 해당된다.
페이스북의 '실탄'장전에 가장 긴장하는 곳은 역시 구글이다. 물론 현재 외형만 보면 페이스북은 구글의 상대가 안 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매출 37억 달러에 순이익 6억6,008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구글은 10배 이상 많은 매출 380억 달러, 97억 달러 순익을 냈다.
사업분야에서도 구글은 인터넷 검색과 광고, 모바일 운영체제(OSㆍ안드로이드), 동영상 서비스(유튜브), SNS(구글플러스), 클라우드 컴퓨팅, 웹브라우저(크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SNS를 활용한 광고가 거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애플도, MS도 아닌 페이스북을 꼽는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9억명 이상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이중 절반 이상은 매일 페이스북을 사용할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설 경우 페이스북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이고 구글이 두려워하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미 새로운 영역진출을 모색중이다. 지난 달 모바일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M&A에 대해 "페이스북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바일 경쟁력 등을 강화하면서 구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작년 말부터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와 손잡고 '페이스북폰' 제작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이스라엘의 스마트폰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도 인수했다. 모두 구글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IPO가 구글과 페이스북간 패권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면서 "첫 접전분야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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