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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극우의 부활" "나치 해악 교육"… 히틀러 '나의 투쟁' 재출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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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극우의 부활" "나치 해악 교육"… 히틀러 '나의 투쟁' 재출간 논란

입력
2012.05.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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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는 이탈리아 파시스트당의 약진에 자극받아 1923년 11월 독일 뮌헨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어설픈 봉기는 실패로 끝났고 그는 바이에른주 란츠베르크 육군형무소에 수감된다. 히틀러는 복역 기간 중 인종주의와 팽창주의, 반유대주의 등 나치의 망상을 집약한 두 권짜리 저서 <나의 투쟁ㆍmein kampfㆍ사진> 을 완성했다. 심복 루돌프 헤스가 집필한 이 책은 25년 출간돼 나치 패망 전까지 1,3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럽이 20세기 최대 문제작인 이 책으로 다시 시끄럽다. 독일 바이에른주는 히틀러가 숨지자 책의 저작권을 확보해 지금까지 출판을 금지했지만 히틀러 사망 70년이 되는 2015년이 되면 저작권 시효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이에른주가 <나의 투쟁> 재출간 방침을 공표하면서 불거졌다. 주 정부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차원에서 경고성 주석을 달아 책을 발간하겠다고 발표했다. 책의 상업적 이용을 막을 수단이 사라진 바에야 차라리 엄정한 해설을 곁들여 히틀러에 덧씌워진 신비감을 탈색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논란은 독일을 넘어 유럽 전반으로 번졌다. 출판 불허를 옹호하는 쪽은 극우주의 망령의 부활을 우려한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卐를 비롯한 나치의 상징물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유럽 경제위기로 이민자 배척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의 투쟁> 은 신나치주의자나 극우세력이 합법적 선전도구로 악용할 수 있는 최고의 먹잇감이다. 베를린 반유대주의연구소의 볼프강 벤츠 소장은 "히틀러의 광기로 도배된 800쪽짜리 책에 어떻게 일일이 주석을 달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독일의 역사학자 위르겐 파울렌바흐는 " <나의 투쟁> 은 나치체제 형성에 관해 의미있는 답을 주지 못한다"며 재출간에 반대했다.

재출간 지지자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운다.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나의 투쟁> 을 통째로 내려받을 수 있는데, 반대론자들이 지나치게 관념에 경도돼 히틀러의 실체를 바로 볼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슈테판 크라머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 의장은 "지금은 싸움에서 도망치는 것보다 포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나치의 해악을 제대로 알리는데 <나의 투쟁> 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고 강조했다.

BBC방송은 "지난해 영국의 한 서점은 <나의 투쟁> 을 크리스마스 추천도서 목록에 올렸다가 유대인 단체의 항의를 받고 즉시 사과해야 했다"며 "히틀러와 나치는 아직까지 유럽에서 뜨거운 감자"라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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