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중고책 매매가 다시 날개를 달았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지난해 시작한 오프라인 중고서점 사업을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2가에 첫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낸 뒤 두 달에 하나 꼴로 부산, 경기 등에 모두 4개 점포를 열었다. 알라딘을 시작으로 인터파크, 예스24 등이 잇따라 도입한 인터넷 중고책 매매 서비스도 책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급성장 중이다. 서울 청계천 일대를 비롯해 지방 주요도시에서 한때 유명했던 헌책방 거리를 인터넷이 사실상 대체해버린 모양새다.
알라딘의 중고서점 개점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와 찾기 쉬운 책 진열 등으로 중고책방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세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역발상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 1월에 낸 부산점(서면), 4월 개점한 경기 분당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교보문고의 코 앞에 문을 열었다. 알라딘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자리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하지만 중고책방으로 대형 체인서점에 '맞짱'이라도 뜨겠다는 기세다.
알라딘에 따르면 중고서점 매장 규모는 종로점의 경우 200평 가량에 보유 도서는 5만종. 지난 2월에 개점한 신촌점은 이보다 조금 작고 분당점과 부산점은 비슷한 규모다. 매일 전체 서점에 2,000~4,000권의 중고 도서가 충전돼 대략 그만큼의 도서가 팔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ㆍ청소년 책이 전체 판매량의 30% 정도로 가장 인기가 있고 그 다음으로는 소설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의 판매 비중이 높다. 가격은 신간 출간 시점이나 책 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000원대부터 비싸도 대체로 정가의 절반 이하다.
알라딘이 중고서점을 낸 것은 4년 전 국내 대형 인터넷서점 가운데 처음으로 인터넷 중고 도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느낀 한계 때문이다. 마케팅팀 조선아 대리는 "인터넷 중고 도서 판매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중고책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확인한데다 중고책이라 책 상태를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많아 오프라인서점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 안 팔린다고 출판사들이 머리를 싸매는 것과 달리 대형 인터넷서점들의 중고책 매매 서비스는 활황이다. 2009년 초 인터넷 중고서적 판매를 시작한 인터파크는 지난 3월까지 3년 동안 판매 권수가 380만권에 이른다고 최근 밝혔다. 도서 주문량은 사업 초기 6개월에 비해 최근 6개월이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 5월 오픈마켓 형태로 중고책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 예스24도 올해 1분기 중고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성장했다.
인터넷 중고서적 거래가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인터넷서점들이 개인에게서 사들여 파는 책도 있지만 주로 출판사나 대형 도매상에서 재고로 끌어 안고 있는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신간과 상태가 다를 바 없는 책을 싼 값에 내놓을 수 있다. 게다가 고객이 신간을 살 때 다 읽고 난 후 구매를 보장하는 바이백 제도, 100권 이상 대량으로 중고책을 팔 경우 전용수거함을 가지고 직접 찾아가는 가정 방문 헌책 매입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도 독자들이 중고책 시장에 눈뜨는 데 한몫 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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