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비가 1년째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사회보험료,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면서 지출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장기간의 소비 침체가 경기 둔화 및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고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2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 소비성향이 작년 동기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작년 2분기(-0.1%포인트)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1년간 줄곧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작년 동기에 비해 3.8%(물가상승 제외) 증가한 412만4,000원으로 400만원을 처음 돌파했지만 소비지출은 256만8,000원으로 2.2%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득이 낮을수록 평균 소비성향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소득 상위2 0%)는 소비성향이 1.5%포인트 증가한 반면, 4분위는 1.9%포인트, 3분위는 2.2% 감소했다. 저소득층인 1분위는 6.6%포인트 급감해 소비성향이 가장 낮았다.
이유는 비소비지출의 증가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79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3%나 늘었다. 특히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대출 탓에 이자 비용(18.3%)이 큰 폭으로 늘었고, 소득세 자동차세 등 세금(11.5%)과 사회보험(9%), 연금(8,5%)도 많이 뛰었다. 매달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하는 필수지출 항목이 늘어나면서 가계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 맸다. 특히 1분위 가구는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8.2%)와 보건의료비(-1.7%)까지 줄였다.
전문가들은 소비 침체 → 경기 둔화 → 일자리 감소 →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간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3.1%로 평균 경제성장률(4.2%)을 크게 밑돌면서 일자리가 매년 96만개 이상 줄었다고 분석했다.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과 같았다면 일자리가 매년 96만2,000개 추가로 창출되고 고용률도 2.5%포인트 높아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다각화 등으로 소득을 향상시키면서 대출가구의 상환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질 나쁜 하위 일자리보다 적정 소득이 보장되는 중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핵심 소비계층인 중산층을 두텁게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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