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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폭력사태 이후/ 진보학자 손호철 교수 "이석기·김재연 의석 지키면 진보진영 전체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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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폭력사태 이후/ 진보학자 손호철 교수 "이석기·김재연 의석 지키면 진보진영 전체가 죽는다"

입력
2012.05.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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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대표적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및 폭력 사태와 관련, "국회 의석을 지키려 하거나 단순히 봉합하려 한다면 진보진영 전체가 다 죽을 수 있다"며 "(구당권파 핵심인)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당에서) 제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낯뜨겁고 참담하다"며 "당이 제명시키더라도 이들이 국회의원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겠지만 건전한 진보진영과는 다른 정치세력이란 점을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행태에 대해 "과거 자본주의가 갖는 야만성과 파시즘에 맞서 싸운 소련에서 그 보다 더한 스탈린주의란 괴물이 생겼듯이 (구당권파도) 군사독재와 싸우며 적과 닮아갔고 잘못된 지하문화를 굳혔다"고 비판했다.

_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 용팔이 사건 같은 보수정당의 모습에 비분강개했는데 진보정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 참담하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숨겨져 있던 부정 경선의 구조적 폭력이 더 비극이다."

_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을 어떻게 보는가.

"무더기 투표 용지가 나왔는데 이승만 정권 때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풀이 도로 붙어서 그럴 수 있다는 (김선동 의원의) 답변을 듣고,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가 그런 말을 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를 찍은 많은 유권자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정말 창피하다."

_그런 일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가.

"일단 그 뿌리는 군사독재에 있다. 독재와 싸우기 위해 비밀스럽게 지하에서 학생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문화가 생겼다. 과거 운동권 내에서 프락치 잡아 고문한 일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누적돼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1회성 사건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무수히 지적돼 왔던 위장전입 등이 일상적으로 계속돼 왔다. 도덕적으로 둔감해진 것이다."

_진보 진영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가.

"통합진보당이 21세기 진보에 합당한 정치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많은 진보세력이 당에 들어가 구당권파를 극소수 세력으로 전락시키는 방법이 있다. 다른 하나는 바깥에서 헤쳐 모이는 방식이다."

_그렇게 하면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보가 다 그런 것처럼 받아들이기 쉬운데 극소수 세력의 문제다. 목욕물 버리려다 애까지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_가장 큰 문제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패권주의인가, 아니면 종북주의인가.

"종북주의로 몰고 가면 비상식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낡은 공안 탄압의 희생자로 오히려 키워줄 수도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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