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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준다며 학교장 발주 재량권 늘렸더니…초중고 시설공사 예산 '눈먼 돈'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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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준다며 학교장 발주 재량권 늘렸더니…초중고 시설공사 예산 '눈먼 돈' 전락

입력
2012.05.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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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초ㆍ중ㆍ고교가 자체적으로 시설 공사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부풀리기와 불법 수의계약, 리베이트 수수 등을 통해 뒷돈을 챙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에 따라 이들 학교에서는 호화 교장실을 꾸미는 등 불필요한 시설 공사를 추진하면서 건설업자와 이면 계약을 통해 사익을 챙겼다.

감사원은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을 포함한 8개 교육청을 대상으로 '학교시설 확충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전국 4,800여개 학교에서 불필요한 건물 증축 등으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848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서울 A고교는 교과교실제 사업비 2,300여 만원을 교원 휴게실 리모델링, 안마의자, 침대, 발마사지기 구입에 썼고 서울 B중학교는 교장실, 이사장실, 법인사무실 등을 새롭게 단장하는 비용으로 사용했다.

또 경기 C초교는 교장실을 기준 면적의 2배로 만들면서 비품 구입에 2,800여만원을 사용하는 등 2008년 이후 서울교육청 산하 학교 575개에서 교장실 리모델링 공사로 무려 92억원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특정 건설업자에 건설을 맡기고 뒷돈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인천 D고교는 학교 운영위원 소유의 무자격 건설업체에 수의 계약을 맡기는 수법으로 행정실장이 업체로부터 1,400여만원의 금품, 향응을 받았고, 서울 E초교 교장은 공사 발주 대가로 학교 발전 기금 5,500만원을 받았다.

단일 공사를 여러 건으로 쪼개 몇 개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대가를 받는 지능적 방법도 동원됐다. 경기 F초교는 공사비 6,000만원 가량의 운동장 배수로 공사를 3건으로 나눈 뒤 3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리베이트를 챙겼다.

경기 G중학교는 학교 신설 과정에서 용도 변경이 필요 없는데도 용인시에 용도 변경을 요청해 특정 도시개발조합에 83억원의 보상금을 과다 지급했다.

이밖에 8개 시ㆍ도 교육청 관내 학교 2,384개교는 건설업 등록 업체만 할 수 있는 1,000만원 이상 공사 3,876건(619억원, 업체수 2,448개)을 무자격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기도 했으며, 학교 관계자의 친인척 및 지인 회사에게 공사를 맡긴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또 경기교육청 산하 학교의 각종 공사 계약 7만4,628건 중 77.1%인 5만7,558건을 일선 학교장이 직접 발주했고, 이중 96.3%인 5만5,415건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명분으로 학교 발주 공사 규모를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면서 재량권을 확대한 게 빌미가 됐다"며 "학교 교장의 과도한 권한과 교육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업체와 유착 혐의가 있거나 금품 수수 등의 비리를 저지른 146명의 학교 관계자에 대해 파면ㆍ정직이나 수사를 요청했으며, 이에 연루된 해당 업체 2,493개사에 대해서는 입찰 참가제한 및 등록 말소 등의 조치를 내렸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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